티씨케이 박영순 대표, 반도체 부품 '실리콘 카바이드 링' 세계 최초 상용화

입력 2016-04-26 17:12   수정 2016-04-27 05:20

'반도체 부품 '실리콘 카바이드 링' 세계 최초 상용화

"생산 즉시 다 구매할테니 설비 공장 더 지어달라"
글로벌 반도체기업들 '구애'

독보적 기술력 인정 받아 제품 출시 후 수출 4배 늘어



[ 이지수 기자 ] 국내 실리콘 소재업체인 티씨케이 박영순 대표는 지난 2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에서 온 약정서(LOC)였다. 티씨케이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반도체 설비부품 ‘실리콘 카바이드 링’ 덕분이었다. 생산하는 대로 모두 구매할 테니 생산 설비를 증설해달라는 요청이 담겨 있었다.

◆탁월한 내구성으로 차별화

박 대표가 이런 제안을 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삼성전자,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상당수 글로벌 반도체업체는 이 제품의 물량 확보에 안간힘을 쓴다. 실리콘 카바이드 링은 반도체 처리공정인 ‘드라이에칭’에 쓰인다. 기존 제품보다 내구성이 1.5배 강하다. 비용 절감 효과는 두 배가 넘는다. 제품이 나온 이후 수출이 네 배가량 늘어 지난해 1479만달러를 해외에서 벌었다.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사는 박 대표를 ‘제88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으로 선정했다.

◆실리콘 순도 높이는 독보적 기술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1986년 럭키소재(현 LG실트론)에서 반도체설비 엔지니어로 시작했다. 2003년 반도체설비업체 케이씨텍의 연구소장으로 부임하면서 티씨케이와 인연을 맺었다. 티씨케이는 1996년 케이씨텍과 일본 세라믹 부품업체 도카이카본이 합작으로 설립했다. 반도체 설비부품을 마감하는 특허기술인 화학기상증착법(CVD)을 개발했다. 실리콘 순도를 높이는 독보적인 기술력은 안정적인 경영을 가능케 했다.

박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로 합류한 2006년부터 상황이 조금씩 바뀌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고객사를 방문했다가 경영진으로부터 부품 내구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면서 기존 실리콘 링 부품이 제 역할을 못해서다. 설비에 투입되는 전력이 커졌기 때문에 더 높은 강도의 소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개발 5년 만에 양산 성공

티씨케이는 2008년 강도가 높은 고순도 실리콘 부품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CVD를 활용해 마감만 하는 게 아니라 부품 소재 자체를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처음엔 3년 안에 개발을 마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백 번을 시험했다. 그러나 원하는 내구성의 소재를 개발하지 못했다. 원천기술이 필요했다. 인력을 보강하는 등 연구 조직을 확대하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2년 ‘기업부설연구소’ 인가를 얻은 이후 실리콘 가공기술과 저항조절기술 개傷?성공했다.

개발을 시작한 지 5년 만인 2013년 세계 최초로 실리콘 카바이드 링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에 처음으로 납품했다. 이듬해 미국 1, 2위 반도체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도 고객이 됐다. 올초에는 반도체 생산 비용 350억원을 절감한 공로를 인정받아 삼성전자로부터 우수 협력사로 선정됐다.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

티씨케이는 실리콘 카바이드 링 분야 세계 시장 1위다. 지난해 공장 증설에 이어 올 3월 220억원의 설비 증대 투자를 결정했다. 주문이 밀려 지속적인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생산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회사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19억원으로 전년보다 37% 늘었다. 올해는 50% 이상 성장이 목표다. 박 대표는 “제품이 없어서 못 팔고 있다”며 “생산설비를 늘리면 올해 사상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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