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빈 초청안해 '집안잔치' 될듯…노동력 차출에 주민불만 고조
'핵·경제 병진노선' 재확인…당대회 전후 핵실험 가능성
[ 박상익 기자 ]
북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제7차 조선노동당 대회가 다음달 6일 열린다. 조선중앙방송은 27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2016년 5월6일 평양에서 개회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1980년 10월 제6차 당 대회 이후 36년 만이다.
‘김정은 시대’를 대내외에 공표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김정은은 당 대회에서 자신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선언과 함께 장기집권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 대회 비용 마련과 각종 노동력 차출 때문에 당 간부는 물론 일반 주민 사이에서도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6일부터 사흘 정도 일정으로 열릴 이번 대회에서 집권 5년차를 맞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정치·국방·경제 등 ?분야에서 어떤 청사진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회주의 국가는 당 우위 국가체제로 당 대회가 최고 지도기관이다.
북한은 당 대회에서 당 노선과 정책, 전략·전술, 당 비서 추대 등을 결정한다. 1946년 8월 열린 제1차 당 대회는 당 창립을 비롯한 당 강령·규약·기관지에 대한 보고를 수행했다. 5년마다 여는 것이 원칙이지만 주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결국 당 중앙위원회가 6개월 전에 대회 개최 사실을 발표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전 당 대회에서는 주로 당 규약 개정, 인민경제발전 계획,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등의 안건을 다뤘다. 1985년 김일성 주석은 “인민들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될 때 7차 당 대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후 1990년대 중반 아사자가 발생하는 ‘고난의 행군’ 등을 겪으면서 당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 당 대회 때 118개국 사절단을 맞이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외신기자단만 초청하는 점으로 미뤄 제7차 당 대회는 ‘집안잔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당 대회는 지난 사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있을 사업, 조직 문제 등을 모두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시대라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그를 떠받치기 위한 세대교체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년시대’를 강조하기 위해 고령자 위주인 고위층이 대거 퇴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은 김 究? 김정일, 김정은 3대를 관통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를 근간으로 한 핵 무력에 관한 언급이 보다 구체화한 형태로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올초 핵실험 및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한 상황에서 어떤 경제 발전 방안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핵과 미사일을 위해 주민의 희생을 강요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계획을 내놓을 때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홍 연구위원은 “시장(경제)활동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 대회를 전후해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의 도발을 감행할지에 대해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다. 정보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국정원은 핵실험에 대해 추가적인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북한이 정치적 판단만 남긴 상태로 보고 있다”며 “다만 국정원은 5차 핵실험의 구체적인 날짜나 예상 날짜를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1월 4차 핵실험 이후 별다른 진전 없이 4개월 만에 또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김정은의 조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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