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SW 잠재가치 정당하게 평가해야

입력 2016-04-28 17:40   수정 2016-04-29 06:01

"기술의 가치 인정하는 창업생태계
4차 산업혁명 개화의 필요조건
SW기술력만으로 창업 가능해야"

윤종록 <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



무려 5억달러. 구글이 창업 3년도 안 된 인공지능(AI)기업인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를 인수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이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검색엔진의 예측기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왔다. 미래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는 구글의 용기가 부럽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지만 일면 이를 가능하게 한 환경에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오른 구글이 설립된 미국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창업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벤처캐피털 시장이 두텁게 뒷받침돼 소프트웨어 기술혁신을 위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된다. 벤처캐피털이 씨앗을 뿌리면 대기업들은 씨앗에 거름과 물을 줘 풍요로운 과실을 맺게 한다. 구글이 2001년 이후 인공지능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데만 280억달러(약 33조7000억원)를 썼다고 한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프트웨어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환경이 ‘알파고’를 탄생시킨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핀란드, 영국 등 최근 창업국가로 부상한 국가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인정하고 과감히 투자하는 창업생태계를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수한 기술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금이라는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창업 초기 단계는 물론 창업 후 겪는 ‘죽음의 계곡’, 사업성장기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영양분이 효율적으로 공급되려면 기술의 잠재력과 시장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되는 환경이라야 한다.

하지만 매출, 자산규모 등 유형자산 기준으로 기업가치 평가가 이뤄지는 환경에서 비(非)가시적이고 기술적인 특성이 강한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KIBO)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6조원에 달하는 기술평가 신규보증 금액 중 소프트웨어 업종은 4500억원 내외로 그 비중이 7%에 불과하다.

투자라는 부력이 강한 물을 수영장에 채워 창업을 독려하는 창업국가와 달리 융자 위주에다가 그마저도 자산담보를 요구하는 게 한국의 실정이다. 융자는 부력이 없기 때문에 수영 미숙자는 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 위주의 기업금융으로 전환하되 시일이 걸리는 만큼 우선 기술담보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산업의 특성에 부합하는 기술가치평가 체계 마련이 더욱 중요한 대목이다.

2014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기술보증기금과 공동으로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변수를 적용하는 소프트웨어 기술가치평가 모델을 개발했고 최근 실무에 적용 중이다.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반영하는 합리적인 평가방식 도입을 통해 소프트웨어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더 나아가 합리적으로 평가받은 우수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시장에서 자금떪檳沮?연계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한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면 올해 신설되는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지식재산권(IP) 평가보증제도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소프트웨어가 공장이나 제품에 융합돼 지능을 갖춘 공장, 지능을 보유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회변화를 이끄는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창의력과 소프트웨어 같은 소프트파워 경쟁력이 4차 혁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한국이 소프트파워를 키우기 위해서는 보이지는 않지만 그 잠재력이 지니는 미래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사업자금이 없어도 우수한 소프트웨어 기술력만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구현되기를 기대해본다.

윤종록 <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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