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해체 기로에 선 10살 된 친박계

입력 2016-04-29 17:43   수정 2016-04-29 17:49

[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해체 기로에 선 10살 된 친박계



2007년 새해가 밝자 마자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선 주자였던 이명박 박근혜 후보 캠프는 서로 날카롭게 부딪혔다. 경선 시기와 방법, 후보 검증 문제 등을 놓고서다.

친박 측 최전방 공격수로 당시 유승민 이혜훈 의원 등이 나섰다. 박근혜 캠프 실무를 총괄하던 김무성 전 대표가 뒤에서 받쳐줬다. 유 의원은 “선거라는게 상대가 있는데 우리 혼자 독불장군 처럼 다른 당 보다 먼저 후보를 뽑을 필요가 있느냐”며 싸움에 불을 붙였다. 지지율에서 앞장서던 이명박 후보 측이 경선을 빨리 실시하자고 주장한데 대한 반박이었다.

유 의원과 이 의원 등은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유 의원은 “BBK와의 관계를 부인하던 이 후보가 2001년 BBK로부터 50억원을 받았다”며 계좌 자료를 내놨고, 해명을 촉구했다. 유 의원은 이명박 후보의 재산 은닉 의혹도 폭로했다. 유 의원은 절친인 이명박 후보 측 정두언 의원과 적으로 만나 치열한 설전을 벌이면서까지 친박 전위대 역할을 했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불렸다. 최경환 의원도 친이 공격에 가세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진영 의원도 친박핵심이었다. 이들은 2007년 8월 대선 경선때까지 이렇게 한몸으로 똘똘 뭉쳐 이명박 후보 坪?곤혹스럽게 했다.

이렇게 ‘박근혜 호’를 함께 타고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이들이 왜 갈라섰을까. 김 전 대표의 경우 세종시 이전 문제와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이견을 보였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대표는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박 대통령과 대립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부처 이전 계획을 대폭 축소하는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했다. 박 대통령은 원안고수를 주장하며 반대했지만 김 전 대표는 수정안을 지지했다. 박 대통령은 “친박 좌장은 없다”며 김 전 대표를 ‘파문’시켰다. 이어 김 전 대표는 친박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이명박계 지원으로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7월 전당대회에서 박 대통령이 지원했던 서청원 최고위원을 꺾고 대표에 당선됐다. 이후 김 전 대표와 박 대통령은 갈등과 봉합을 거듭했다. 박 대통령과 김 전 대표는 작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남미 순방을 떠나기 전 청와대에서 40여 분간 독대했다. 둘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 시절 대표 측근들과의 갈등이 ‘탈박(脫朴)’의 단초가 됐다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연설문을 작성해서 올리면 측근들이 유 의원의 동의도 없이 수정해 갈등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2012년 당 이름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데 대해 반대하면서 친박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이 핵심 친박에서 비박으로 돌아선 것은 이런 이유들만이 전부일까. 2007년 경선 전부터 균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일을 했던 새누리당 관계자에 따르면 박 후보 법률특보를 맡았던 정 모 전 의원이 발단이 됐다고 했다. 이명박 후보 검증 문제와 관련, 정 특보는 폭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기자회견은 취소했지만 ‘이명박 X파일’을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이명박 후보의 과거 선거법 위반 관련 판결문과 신문기사 스크랩 정도였고,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친박쪽에 역풍을 불러 일으켰다.

정 특보를 친박에서 파문하는냐 여부를 놓고 친박 내부에서 거센 논란이 있었다. 2007년 2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수행해 미국을 방문하고 있었던 김 전 대표는 파문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다른 친박계 의원들이 반대하면서 친박 내부에서 균열이 있었고, 이게 박 대통령과 김 전 대표가 멀어지는 1차 계기가 됐다고 새누리당 관계자는 말했다.

4·13 총선 뒤 친박계가 다시 분화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을 두고 청와대와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유기준 의원의 출마를 말리면서다. 유 의원이 ‘탈계파’를 선언하면서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상당수 친박 의원들이 낙천·낙선하면서 당내 입지도 예전같지 않다. 친박계가 뿔뿔이 흩어져 각자 살길을 도모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총선 패배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놓고서도 친박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들이 나온다.

유 의원은 29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 ‘탈(脫)계파 선언’이 ‘탈박 선언’이냐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그렇지만 친박계 중심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파로 본?힘을 발휘한지 10년 되는 친박이 또 다시 분화할지, 해체 수순을 밟을지는 차기 대표와 최고위원 등을 뽑는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보다 뚜렷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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