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시장, 로펌대표"…신상 적어낸 로스쿨 입시

입력 2016-05-02 11:46   수정 2016-05-02 13:15

3년간 24건 적발…합격취소는 없어


[ 김봉구 기자 ] ‘현대판 음서제’ 의혹을 받아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에서 부모나 친인척 신상을 기재한 사례가 적발됐다.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시장, 법원장, 법무법인(로펌) 대표, 공단 이사장임을 밝히거나 친척이 변호사협회 임원이란 사실 등을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2일 이같은 내용의 로스쿨 입학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25개 로스쿨의 최근 3년간 입학전형을 전수조사해 총 24건의 신상 기재 사례를 발견했다. 이 가운데 신상을 특정하거나 쉽게 추정할 수 있는 사례가 5건, 직위·직장명을 단순 기재한 사례가 19건이었다.

이처럼 신상을 기재할 경우 고위층 자녀의 로스쿨 입학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어 문제가 된다.

신상을 특정하거나 쉽게 추정할 수 있었던 사례 5건은 자소서에 자신의 아버지가 시장, 법원장, 법무법인(로펌) 대표, 공단 이사장을 맡고 있거나 외삼촌이 변호사협회 부회장이란 내용을 각각 기재했다.

직위나 직장명을 단순 기재해 당사자를 추정·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19건의 사례 역시 문제가 될 소지가 컸다. 할아버지, 아버지 등 친인척 성명을 밝히거나 재직 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채 대법관, 검사장, 판사, 시의원 등을 지냈다고 적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외부 법률 자문을 거쳐 이들 사례에 대한 ‘합격 취소’ 조치는 한 건도 내리지 않기로 판단했다.

교육부는 “정성평가의 특성상 신상 기재가 합격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라면서 “지원자 부정행위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 해도 비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합격 취소시 대학의 과실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문제점 등으로 인해 합격 취소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2016학년도 입시에서 이러한 신상 기재 금지 원칙을 명시한 로스쿨은 18곳, 미고지한 로스쿨은 7곳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신상 기재 금지를 고지했음에도 지원자 부정행위 소지가 있는 사례가 발견된 경북대 부산대 인하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6개 로스쿨(8건)에 기관 경고와 관계자 문책 조치를 취한다. 기재 금지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경희대 고려대 동아대 서울대 연세대 원광대 이화여대 7개 로스쿨은 기관 경고 및 주의 조치를 받는다.

부정행위 소지가 있는 신상 기재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기재 금지를 고지하지 않은 건국대 영남대 전북대 3개 로스쿨 역시 시정 조치와 함께 해당 로스쿨 원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린다. 또 응시 원서에 보호자 성명과 근무처를 기재토록 한 영남대, 전남대 로스쿨 2곳에 대해선 기관 경고 및 관계자 문책 조치가 뒤따른다.

교육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참작해 자소서에 부모와 친인척 신상 기재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고 기재할 경우 불합격 처리 등을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응시 원서에 보호자 신상을 적는 항목도 삭제토록 시정 조치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달 안에 각 로스쿨 및 관계자에 대한 행정처분 계고 통지를 하고, 청문 및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다음달 최종 처분사항을 확정한다. 이와 함께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각 로스쿨이 자소서 개선, 평가요소의 실질반영비율 공개, 서류·면접심사 공정성 강화 등 구체적인 선발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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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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