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당신의 회사는 건강한가요

입력 2016-05-02 18:03  

조근호 < 행복마루 대표 변호사 gunho.cho@happy-maru.com >


“당신의 회사는 건강한가요?” 매출과 이익을 말하는 게 아니다. 회사 내 부정비리란 암적 존재가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묻는 것이다.

이 질문을 받은 최고경영자(CEO)의 머리엔 어떤 것들이 떠오를까. 외부회계감사보고서나 감사실 감사보고서 등일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CEO는 회사 건강상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는 듯하다. 필자 경험에 의하면 ‘조 단위’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도 감사실은 형식적이고, 외부회계감사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공인부정행위조사관협회(ACFE)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기업에서 매년 임직원의 부정비리로 잃는 돈이 매출의 5%에 달한다고 한다. 2014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 기업(금융보험업 제외) 매출이 2231조원이었으니, 이 중 5%인 111조원이 임직원의 부정비리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바꿔 말하면 매년 삼성전자 규모의 절반만 한 회사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정비리행위 적발까지 평균 18개월이 걸렸다. 이 기간이 길수록 그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5년 이상 지속된 부정비리행위도 7.8%였는데, 손실 중간값이 85만달러였다. 이에 비해 6개월 내에 적발된 사례의 손실 중간값은 4만5000달러였다. 부정비리의 조기적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통계다.

이런 부정비리 행위는 어떻게 적발할 수 있을까. 적발 유형은 대륙별로 좀 편차가 있었다.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는 ‘정보’로 인해 적발된 사례가 45.2%고, ‘내부감사’로 적발된 사례는 15.8%였다. CEO가 회사 건강상태의 징표로 삼는 ‘외부회계감사’에 의해 적발된 사례는 안타깝게도 5.9%에 불과했다. 정보 출처는 어디일까. 51.5%가 직원이었다. 내부고발이 그만큼 중요하다.

지금 제시한 몇 가지 통계만 보고도 과연 ‘우리 회사는 아무런 문제 없이 건강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필자가 5년간 기업의 내부감사를 위탁받아 조사해본 경험에 의하면 부정비리 측면에서 건강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기업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이제 CEO는 매출의 5%를 갉아먹고 있는 ‘내부의 적’에 눈길을 돌려야 할 때다. 그 내부의 적이 암으로 발전해 당신의 회사를 무너뜨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조근호 < 행복마루 대표 변호사 gunho.cho@happy-maru.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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