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출신 해상법 전문가 김인현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 "해운사 구조조정과 해운업 살리기는 다른 차원 문제"

입력 2016-05-0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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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한국해법학회 회장 취임
"동맹에서 빠지면 해운업계는 몰락…국가적 차원에서 대처해야"



[ 이미아 기자 ] “개별 해운회사의 구조조정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해운업을 살아남게 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대다수가 이걸 뭉뚱그려 생각하죠.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해상법(海商法) 전공자로서 조금이라도 해운업 살리기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 4월 말 한국해법(海法)학회 회장에 취임한 김인현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57·사진)는 지난달 29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신법학관 연구실에서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해운업계 구조조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 해운업계는 거대 해운사 사이의 해운동맹을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이 동맹에 끼지 못하면 사실상 해운사는 제 역할을 못한다”며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진 교체와 체질 개선은 물론 중요하지만 이것이 한국 해운업계 몰락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운업계 구조조정을 단순히 ‘빚 많고 부도덕한 기업을 때려잡는 일’이라고만 보는 게 유감”이라며 “앞으로 해운동맹의 다국 간 경쟁 체제는 더 심화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도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지적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국내 해운사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선박 건조 시 자금 조달 이자율이 높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화물선 구성 포트폴리오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해운업계가 다른 나라보다 유독 위기에 큰 폭으로 휘청거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본 해운사는 배를 건조할 때 연 1%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한국은 연 5%대죠. 그리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모두 자체 포트폴리오가 탄탄하지 못했습니다. 유조선과 자동차운반선, 일반화물선과 컨테이너선 등 여러 종류를 갖춰야 하거든요. 선박의 자가 소유와 외부 임대 비율을 적절히 맞춰야 용선료 부담도 줄일 수 있고요.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에 지나치게 쏠려 있었고, 현대상선은 원래 포트폴리오는 좋았는데 자가 소유 배를 너무 많이 팔았어요.”

한국 법학계에서 보기 드문 해상법 전문가인 김 교수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경북 영덕 출신으로 영해고,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해운사 산코라인에서 항해사와 선장으로 10년간 일했다. 하지만 2만5000t급 화물선 선장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화물을 싣고 호주 에스페란스항에 입항하던 중 해도에 기재되지 않은 암초를 만나 배가 난파된 게 그의 인생 항로를 바꿨다. 화주(貨主)가 산코라인에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고, 선장 자격으로 호주 법정에 서며 해상법의 중요성을 체감한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선장이라 하면 ‘마도로스’ 이미지만 떠올리는데 큰 오해입니다. 마도로스는 원래 갑판 선원을 뜻하는 말이니까요. 선장은 스스로 배를 모는 게 아니라, 배 전체를 총괄하고 통제하는 사령관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선주(船主)의 대리인으로서 각종 계약에도 밝아야 하고요. 강한 책임감과 높은 지식수준을 요구하는 엘리트 직군입니다.”

1993년 11월 고려대 법대 대학원에 진학한 뒤 해상법 연구에 매진한 결과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해상법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2004~2013년 법학 분야에서 김 교수의 논문이 인용된 횟수가 330회로 1위였다. 또 한국 해상법 판례를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뉴스레터로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그는 “사법고시에 해상법이 잘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해상법 전공자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수세기째 대영제국의 유산으로 세계 해상법에서 영국법이 기준이 되는 가운데 한국 해상법이 널리 알려져야 해운업계 경쟁력도 높아진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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