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이란포럼 중동 진출 전략 좌담회] "제재 때 한국이 진짜 친구인 것 알아…유화·자동차·가전에 기회 많다"

입력 2016-05-02 18:52  

사회=정규재 한경 주필

이란은 중동·중앙아시아 시장의 허브
외모 달라도 장례문화 등 양국 닮은점 많아

이란 WTO 가입하면 한국과 FTA도 가능
한국 기업이 제조업 약점 메워줄 수 있어



[ 장진모/김순신 기자 ]
“이란이 서방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당할 때 누가 진짜 우방국인지 알 수 있었다. 그때 한국의 많은 기업은 이란과 거래를 끊지 않았다. 한국이 진정한 우방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을 계기로 지난 1일 테헤란 에스피나스팔래스호텔에서 ‘한국·이란 경제협력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한경 이란포럼에서 뷰익 알리모라드루 이란 산업광물무역부 장관 수석보좌관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제 제재가 풀린 지금이야말로 한국 기업들이 이란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이 짧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이번 포럼에는 이란 정부 관계자와 김재홍 KOTRA 사장, 안세영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 경제전문가 50여명이 참석했다. 아프가미 라드 이란 산업광물무역부 차관의 기조연설에 이어 참석자들은 정규재 한경 주필의 사회로 2시간 동안 한·이란 경제협력 확대 방안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아프가미 라드 차관=한·이란 수교 후 양국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54년 만에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함께 방문해 정부·민간 분야에서 수많은 계약이 체결된다. 이란은 한국 제조업의 높은 기술력을 배우려는 열망이 크다. 한국의 과거 고도성장 비결을 배우고 싶다.

▷김재홍 KOTRA 사장=산업 현대화를 추진하는 천연자원 부국 이란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은 경제적으로 상호 보완성을 갖고 있어 협력 가능성이 크다. KT&G, 삼성, LG, 대림건설 등 약 20개의 한국 기업이 경제 제재 기간에도 철수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법인이나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뷰익 알리모라드루 수석보좌관=르노자동차 등 많은 유럽 회사가 경제 제재 기간에 이란을 떠났다가 이제 다시 들어오고 있다. 대(對)이란 투자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도전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과 한국이 협력할 가장 유망한 분야는 석유화학, 자동차, 생활가전 등 세 가지다. 이란은 교육받은 양질의 노동력과 넓은 시장을 갖고 있다.

▷라드 차관=한국 기업들은 이란 기업들과 합작투자해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이란 사람들이 겉모습은 유럽인처럼 생겼지만 생각하는 것은 아시아인, 한국 사람과 비슷하다. 이란의 장례문화만 보더라도 3일장, 5일장 등으로 한국과 비슷하다. 문화적 동질성은 경제협력도 그만큼 쉽다는 걸 의미한다.

▷정규재 주필=이란은 독일이나 일본 기업으로부터 어떤 투자를 받기 원하나.

▷알리모라드루 수석보좌관=이란은 1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독일제 기차를 쓰고 있을 정도로 독일과 유대관계가 깊다. 독일과 사이가 좋다고 하더라도 경제협력 때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나라의 기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이란과 일본의 경제협력 역사는 한국보다 길다. 하지만 이란은 경제 제재를 거치면서 누가 진짜 친구인지 알게 됐다. 어떤 나라는 이란 정부가 보낸 이메일을 받지도 않았다.

▷안세영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한국과 이란은 무역과 투자, 인적 교류 등 세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가까운 시일 안에 이란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양국 간 많은 무역 장벽이 사라지고 한·이란 자유무역협정(FTA)도 맺을 수 있다. 양국의 싱크탱크 간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이란은 한국의 발전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라드 차관=이란도 양문형 냉장고와 카메라 등을 만들고 싶지만 기술이 없다. 한국 기업이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 기술 제품은 아니더라도 생활형 가전과 같은 분야에 직접 투자하면 좋겠다. 이란은 중동의 ‘허브’다. 이란에 투자하면 인근 중동과 중앙아시아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투자뿐 아니라 기술 전수까지 함으로써 인적·지적 교류를 하는 파트너가 팀만?한다.

▷권태균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아랍에미리트 대사)=3년간 중동에 근무하면서 이란이 얼마나 중요한 나라인지 잘 알고 있다. 이란 사람은 외모는 유럽인처럼 보이지만 아시아인이다. 아시아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이번에 경제사절단이 대거 방문해 많은 계약을 맺을 텐데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 약속 이행이 신뢰를 낳고 또 다른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이란은 제조업 분야에서 원료-부품-완성품 간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게 약점이다. 이런 부분을 한국 기업이 많이 메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알리모라드루 수석보좌관=자동차, 석유화학, 가전 등 분야에서 제조업 연결고리가 끊겨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연결고리를 채울 수 있는 기업들을 적극 유치하고 싶다. 이란에 투자해 공장을 세우는 외국 기업에는 법인세 면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정영훈 코오롱글로벌 전무=한국 기업들은 이란 정부의 원화 계좌를 창구로 결제하고 있는데 불편하다. 달러화는 물론 유로화 결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라드 차관=현재 이란 기업과 유로화로 결제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유럽 은행들과 다양한 해결책을 찾았기 때문이다. 한국 은행들도 이란에 와서 결제 문제를 적극 해결했으면 좋겠다. 머지않아 미국 달러 결제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김기영 한국기술교육대 총장=15~30세 인구가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게 이란의 큰 잠재력이다. 하지만 대학 진학률은 17%로 낮은 편이다.

▷알리모라드루 수석보좌관=이란의 가장 큰 당면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대학 진학률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더 시급하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지난 3월 경제사절단 1호로 이란에 방문했고, 그때 우리 연구원과 관련된 이란 협회와 인력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란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양질의 기술 인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과의 기술 협력이 필수적인데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그런 역할을 많이 한다. 이란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면 적극적으로 돕겠다.

테헤란=장진모/김순신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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