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민 기자 ]
순천(順天)이라는 지명은 ‘하늘(天)의 순리를 따르다(順)’는 뜻이다. 고려시대 때부터 순천으로 불린 이곳은 물자가 넘치고, 위인이 많기로 유명했다. 조선시대엔 중국 당나라 이후 경제적으로 풍요롭던 양쯔강 이남 지역을 뜻하는 강남에 빗댄 ‘소(小)강남’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지리지 《동국여지승람》엔 ‘순천은 산천이 기이하며 아름답고 평상시 백성들의 물산(物産)이 부유하고 풍성해 소강남으로 불린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조선 세종 때 6진 개척을 주도하고 《고려사절요》를 편찬한 김종서, 사육신 박팽년 등이 순천 태생이다.
지금도 순천 출신 정·재·예술계 인사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 4·13 국회의원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순천 곡성)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성남 수정), 김광진 의원(비례)이 순천 출신이다. 주택금융공사 사장을 지낸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 등도 순천이 배출한 인사다. 미국 선교가족 출신인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소설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와 《무진기행(霧津紀行)》의 김승옥 작가, 영화 ‘최종병기 활’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 등은 순천 출신 문화예술인이다. 《무진기행》에 나오는 가상 도시 ‘무진’은 지금의 순천만을 배경으로 했다. 김승옥 작가는 ‘무진엔 명산물(名産物)이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라고 묘사했다.
순천 태생 주요 인사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순천고 출신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순천이 고등학교 평준화 지역이 됐지만 예전에는 인근 광양 여수 고흥 구례 완도 등지에서 많은 학생이 순천고에 입학하기 위해 줄을 섰다는 게 순천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순천고에 진학하기 위해 재수하는 학생들도 많아 ‘순고병’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2013년 기준 전체 법조인 2만1717명 가운데 순천고 출신은 199명으로 전국 고교 중 9위를 기록했다. 재경순천향우회장인 조우현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도 순천고를 나왔다.
순천=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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