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잘 만들면 된다"…동보의 50년 고집

입력 2016-05-02 19:34   수정 2016-05-04 14:15

강소기업 그 현장 -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동보

김재경 회장 1966년 창업
품질 자부심…R&D 5% 목표
현대기아차·GM 등에 납품
'월급날은 무조건 회식' 전통



[ 강현우 기자 ] 자동차 엔진·변속기에 들어가는 5~10㎝ 길이의 초정밀기어를 제작하는 동보(東寶)는 업계에서 상당히 독특한 회사로 꼽힌다. 1966년 창업한 김재경 회장이 50년간 오너십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자동차부품업계에서 석유 파동과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는 과정에서 50년간 주인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회사는 극히 드물다”며 “그만큼 탄탄하고 내실있게 경영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급·납기 밀린 적 없어

김 회장은 50년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단 한 번도 직원들 봉급과 납기를 밀린 적이 없다. 월급날인 매월 25일은 외부 약속을 잡지 않고 직원들과 회식을 한다. 1976년 입사해 40년째 근무하고 있는 박남옥 경리담당 상무는 “가족적인 분위기 덕분에 직원들이 회사를 잘 떠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1966년 서울 청파동에서 기차용 정밀부품을 생산하는 동신제작소를 창업했다. 동국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가 제조업에 뛰어든 것은 정밀금속산업이 국내 경제 발전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동보의 고객사는 현대·기아자동차, GM, 르노·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다. 현대·기아차의 모든 차종에 동보의 초정밀기어가 들어간다. 1978년 기아차에 부품 공급을 시작했고 1999년 기아차가 현대차그룹에 편입되면서 현대차에도 납품하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의 다른 협력사들이 현대·기아차가 해외에 공장을 지을 때 동반 진출한 것과 달리, 동보는 국내에만 인천 창원 경주 등에 11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 경제에 기여하자’는 김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김 회장은 “해외에 공장 지어봐야 그나라 사람 고용만 늘리고 결국 기술도 넘겨주게 된다”며 “인건비가 좀 비싸더라도 솜씨 좋은 한국 사람이 제대로 만들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알아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2011년 GM 본사의 수주를 따내 한국GM과 남미, 동남아 등의 GM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GM 우수 협력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르노·닛산 계열사인 르노삼성, 일본 변속기업체 자트코 등에도 제품을 공급한다.

◆올해 매출 3000억원 전망

거래처 확대의 비결은 품질이다. 동보의 주력 제품인 초정밀기어의 정밀도는 1000분의 1~3㎜다. 그보다 정밀도가 떨어지면 엔진·변蛋?소음이 커지고 연비도 떨어진다. 동보는 그런 초정밀기어를 불량률 1000만개 중 6개(0.6ppm) 수준으로 생산한다. 동보 공장이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와 협력업체들의 정밀부품 공정 견학 코스로 활용될 정도다.

동보는 지난해 매출 2734억원, 영업이익 202억원을 올렸다. 매출의 64.0%인 1751억원이 수출에서 나왔다. GM, 르노·닛산 등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면서 올해 매출은 3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동보는 거래처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를 중장기 과제로 삼고 있다. 수출에서 85%가량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 비중을 70%까지 낮추고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공략한다는 목표다. 또 전기차·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 부품 개발을 위해 매출의 1% 내외인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5년 안에 5%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인천=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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