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해운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의 캐시카우(수익원)였던 이들 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계 전체의 활기가 떨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을 일궜던 한국 기업들은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며 재장전을 준비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배터리, 미래형 차, 바이오 등 이른바 미래 신산업에 집중 투자하면서 새 성장동력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안주하지 않고 10~20년 뒤 회사를 이끌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삼성은 VR·현대차는 커넥티드 카 육성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보완할 미래 성장동력으로 가상현실(VR)을 본격 육성하기 시작했다. VR은 당분간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스마트폰을 보완하는 기기의 역할을 하겠지만, 앞으로 교육 직업훈련 의료 건축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용도가 확대되며 독립된 기기로 급성장할 것으로 삼성은 보고 있다.
기기는 물론 촬영기술, 콘텐츠 등에도 투자해 ‘판’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초 회사 경영진에 “VR 기기뿐 아니라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 시장을 선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는 ‘커넥티드 카’ 프로젝트를 새 먹거리로 정했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와 솔루션 기업인 시스코와의 협업이 그 신호탄이다. 현대차와 시스코는 지난달 19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에서 정의선 부회장과 척 로빈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상호 협력을 통해 커넥티드 카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차량 네트워크 기술은 차량 내부에서 이뤄지는 데이터의 송수신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현대차가 구상하는 커넥티드 카 콘셉트인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는 자동차 자체가 ‘달리는 고성능 컴퓨터’로 자동차와 자동차, 집, 사무실, 나아가 도시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개념이다.
신에너지 키우는 SK·전장부품 찜한 LG
SK는 신에너지 분야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정해 키우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신에너지산업 추진 동력 확보를 위해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에너지 신산업 추진단’을 신설했다. 에너지 신산업 추진단은 관계사별로 추진 중인 활동과는 별개로 그룹 내 싱크탱크로서의 중장기 계획과 전략 수립에 주요 역할을 한다.
LG의 사업 재편은 자동차 부품, 친환경에너지 같은 신사업 발굴을 중심으로 꾸려지고 있다. LG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부품, 에너지솔루션, 빌트인 가전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키울 계획이다. 신사업은 계열사 간 기술력을 융합해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시너지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전면에 나서는 오너들
지난달 18일엔 SK그룹과 LG그룹 계열사를 비롯한 333개 상장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렸다. 대주주인 오너 일가가 등기임원으로 복귀하고,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을 신설하거나 배당을 늘린 기업들이 많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주)의 100% 자회사인 SK E&S와 SK바이오팜의 신에너지 및 바이오사업을 직접 챙길 예정이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90% 이상이 에너지(SK이노베이션) 통신(SK텔레콤) 반도체(SK하이닉스)에서 나오는 SK는 이들의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LG화학 등기이사가 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이 회사의 전기차 배터리, 수처리 사업 등을 챙긴다.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저마다 기존 사업에서 보유한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새 먹거리를 찾는 데 집중하기 위해 오너들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 산업을 준비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데 재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