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조선·해운 신규대출 자제…부실채권 정리 서두를 것"

입력 2016-05-03 17:59  

[ 이현일 기자 ]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은 3일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의 대기업 채권 중 부실 우려가 있는 채권은 담보를 보강하거나 채권을 회수·매각하는 등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취약업종 대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을 자제할 것”이라며 “이들 기업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으로 가지 않는 한 (대출을) 계속 감축해 나가겠다”고 했다.

농협금융은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취약업종 대기업 여신을 전수 조사해 향후 2년 내 부실이 예상되는 채권 규모를 파악하는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최악의 상황까지 포함한 상황별 시나리오를 마련해 충당금 적립 규모도 산정했다. 김 회장은 “채권을 정리하고 충당금을 쌓는 시기는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 상황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농협은행은 그동안 쌓인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의 부실채권을 한번에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가 불가피하다”며 “1분기에 충당금을 많이 쌓았지만 앞으로 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농협은행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하고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5대 취약 업종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1분기에 창명해운과 STX조선, 현대상선 등의 채권에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2% 감소한 322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신한·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김 회장은 “과거 농협금융은 주주인 농협중앙회에 명칭 사용료와 배당 등을 지급하는 문제로 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농협중앙회 이사 및 임직원 430여명과 밤샘 토론 끝에 부실 채권을 정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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