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민영화 핑계로 세운 지점만 44곳…직원은 4년새 700명 늘어

입력 2016-05-05 18:16  

수술 시급한 국책은행 '방만경영'

평균연봉 1억…내부서도 "일 없는 인력 많다"
올 연봉 또 올리는 수출입은행, 성과연봉제는 '모르쇠'
퇴직 후엔 '낙하산'…기업 구조조정 발목잡아



[ 김일규 기자 ] 산업은행이 2011년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대대적으로 개인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문을 연 서울 도심의 A지점. 이곳 직원들은 요즘 일거리가 많지 않다. 지난해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공사와 다시 합치면서 옛 공사 출신 직원 두 명을 이 지점에 새로 배치했지만, 마땅히 돈을 빌려줄 곳을 찾기 어려워 개인별 업무량은 더 줄었다. 민영화 중단 이후에는 직원들이 개인 예금을 유치할 일도 없다. 비슷한 시기 인근에 문을 연 산업은행의 다른 지점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은행은 2010년 61개이던 점포를 지난해까지 105개(해외 포함)로 늘렸다. 그런데도 서울에서 문을 닫은 지점은 서울 남서초·청담·선릉 등 3곳 정도다.


○국책은행 자체 구조조정은 ‘0명’

위기에 빠진 조선·해운 등 취약 업종에 대한 산업 구조조정과 함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비효율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注恬??커지고 있다. 정부가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도 이 같은 비효율을 걷어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두 국책은행은 그동안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였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정책금융공사와의 통합 과정에서 단 한 명의 직원도 줄이지 않았다. 전체 인력의 10%를 감축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이행 실적은 전무하다. 그 결과 임직원 수는 2014년 말 2794명에서 지난해 말 3246명으로 1년 새 452명(16.5%) 불었다. 통합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옛 정책금융공사 인력 중 기존 업무인 간접금융부문 인력을 본점으로 흡수했지만, 나머지 100여명은 어쩔 수 없이 지점에 배치했다.

산업은행 본점의 한 직원은 “지난 10년간 정책금융의 역할 변화에 맞춰 새로운 업무를 찾기보다 그 자리에 그냥 머물러 있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도 인력을 늘렸다. 시중은행 임직원 수가 2011년 7만2753명에서 지난해 7만2669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는 것과 대조적으로 수출입은행 임직원 수는 같은 기간 702명에서 951명으로 249명(35.4%)이나 증가했다.

두 국책은행은 실적과 무관하게 직원들에게 높은 연봉을 지급하고 있지만, 성과주의 도입은 요원하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조8951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그런데 직원 연봉은 지난해 평균 9435만원으로 전체 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올해는 9385만원(예산 기준)으로 다소 낮췄지만 성과상여금을 뺀 기본급, 고정수당, 실적수당 등을 200만~300만원가량 올렸다.

수출입은행 직원 연봉은 지난해 9241만원에서 올해 9542만원(예산 기준)으로 더 오른다. 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각종 수당?인상한 덕분이다. 그런데도 두 은행은 정부의 성과연봉제 확대 방침에는 꿈쩍도 않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성과연봉제 반대 시위까지 벌였다.

○낙하산 취업…부실은 책임 안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임직원들은 퇴직 후에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기업이나 여신, 지분 등을 갖고 있는 기업에 ‘낙하산 취업’을 한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2008~2015년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 102명이 산업은행이 대출했거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기업 등에 재취업했다. 수출입은행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런 낙하산 인사들이 해당 기업에 대한 국책은행들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08년 이후 국책은행은 일반은행보다 기업 구조조정을 평균 2.5년 지체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기업들이 낙하산 인사 등으로 엮여 있는 탓에 적기 구조조정 시기를 놓쳤다는 얘기다.

지난해 2분기 대우조선해양이 갑자기 3조원 수준의 대규모 손실을 냈는데도 산업은행은 국정감사 등에서 ‘사전에 대우조선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자회사 관리 부실에 책임을 지는 임직원도 없었다. 수출입은행이 2010년 이후 4조원을 넘게 쏟아부은 성동조선해양은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회사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관리·감독은 낙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수출입은행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 역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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