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영 <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장 >
감자 좀 달라고요
온 가족이 둘러앉은 저녁 식사 시간, 어떤 모습이 생각나세요? 식구들끼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모습이면 좋겠죠. 하지만 《감자 좀 달라고요》의 식구들처럼 모두가 딴짓만 하는 풍경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거예요. 온 가족이 모인 식사 시간, 빌은 누군가 감자를 주기만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아무도 빌을 보지 않았어요. 엄마는 태블릿으로 뭔가 하느라 바빴고, 아빠는 휴대폰만 들여다봤습니다. 똑똑한 형은 책 이야기만 하고, 여동생은 감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재주를 부렸죠. 그 순간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어요. 빌의 몸이 투명해졌죠. 빌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 책은 바쁜 식구들 틈에서, 왠지 투명인간이 된 것만 같은 주인공 빌의 속상한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투명인간이 된 빌은 다행히도 온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다시 몸이 돌아옵니다. 우리도 자기 일에서 잠시 눈을 떼고 그날에 생긴 일들을 서로 이야기한다면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모린 퍼거스 지음, 책과콩나무, 미취학 아동)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이야기는 욕심쟁이 꼬부랑 할머니가 아들에게 쫓겨나 산속 빈 오두막집에 살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배고픔을 달래고 잠자리를 마련해야 했던 할머니는 오두막을 쓸고 닦고 불을 피우고 물을 끓여 둡니다. 때마침 오두막의 진짜 주인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욕심쟁이 할머니는 마치 자신이 집주인인 척 착한 꼬부랑 할머니 흉내를 내는데요. 오두막을 찾아온 손님들은 원래 집주인인 꼬부랑 할머니의 따뜻한 인정이 그리워 먹거리를 들고 찾아온 이웃이랍니다. 그들은 마당에 자리를 펴고 떡국을 끓여 나눠 먹으면서 행복한 웃음꽃을 피웁니다. 그런 손님들의 인정 많음에 욕심쟁이 할머니도 차차 착한 심성을 지닌 할머니로 바뀐다는 내용입니다.
꼬부랑 할머니처럼 그동안 엄마와 아빠, 친구, 선생님 등에게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도 조금씩 베풀어주는 어린이가 되면 좋겠다는 교훈을 전합니다. 언제나 따뜻한 눈으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던 우리 할머니를 떠올리면서 한 번쯤 할머니께 “사랑해요”란 인사를 전하면 어떨까요. (유영소 지음, 샘터, 초등학교 저학년)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
이 책은 외모와 성격이 남자답고 씩씩한 초등학교 6년 여자 주인공 마니와 친구들, 마니의 부모님이 차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미 어른이 된 마니의 부모님이 어떻게 성장하냐고요? 책을 읽으면 느낄 수 있습니다. 어른들도 한 뼘씩 성장해가는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는 마니네 가족이 아빠의 회사 사장 집에 갔다가 우연히 그 집 앵무새를 훔쳐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사장 가족이 알지 못하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앵무새를 돌려줘야 할 텐데요. 마니네 가족은 과연 이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생생하게 그려지는 장면과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이야기 속으로 푹 빠지게 합니다. 이야기에 담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정은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임지윤 지음, 창비, 초등학교 고학년)
홍순영 <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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