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7차 노동당 대회] 김정은 비핵화 발언은 '면피성'…통일부 "핵개발 계속 한다는 뜻"

입력 2016-05-08 18:59  

북한의 속셈…

핵·경제 병진노선 강조
핵보유국 포기 안 한 채
에둘러 '대화 제의'



[ 정태웅/박상익 기자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 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비핵화를 언급하고 남북협력을 내세운 것은 북한의 전통적인 화전(和戰) 양면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핵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대화도 제의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거나, 대화를 내세워 UN과 국제 사회의 제재국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6~7일 이틀에 걸쳐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우리 공화국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 사회 앞에 지닌 핵전파방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또 남북관계와 관련해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기어이 이룩하려는 것은 조선노동당의 확고한 결심이며 의지”라면서 “조국통일 3대 헌장을 일관하게 틀어쥐고 통일의 앞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하면서 “남조선당국은 ‘제도통일’의 허황한 꿈을 버리고 내외에 천명한 대로 연방제 방식의 통일 실현에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평화공세’는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토대 위에서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라고 우리 정부는 풀이한다. 핵 주권국가로서 향후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핵협상을 벌여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에 대해서도 유화제스처를 통해 남북 경색국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에 자극적인 언사를 보이지 않고 한국 측에 대한 비난도 별로 없다는 점에서 일종의 대화 제의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화를 내세워 대북 제재를 피하고 핵개발을 완성할 시간을 벌어보자는 속셈도 담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북한은 핵개발 등 기존 전략을 고수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정은은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동시에 추구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해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핵-경제 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노선이라고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핵 보유’는 김정은의 치적이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전략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전문가인 장창하 북한 제2자연과학원 원장은 당 대회 토론에서 “주체조선의 실용위성들을 더 많이, 더 높이, 더 통쾌하게 쏘아 올리겠다”고 주장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핵보유국의 책임과 세계의 비핵화 등을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대남 위협과 도발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세계 비핵화는 전 세계가 핵을 포기하면 자기도 포기하겠다는 뜻”이라며 “선제 핵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발언도 과거 북한이 했던 말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에 대해 김정은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심리전 방송들과 삐라 살포 등 일체 적대행위를 지체없이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정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에도 거의 거론하지 않은 ‘주한미군 철수’를 새롭게 꺼내들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병진노선, 핵무력 중심 국방력 강화를 계속 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지만 정세에 따라 ‘누울 자리’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대화 관련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태웅/박상익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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