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연 기자 ] “잡채, 불고기만 한식이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코스요리는 아닌가요? 과거 음식이 아닌 ‘이 시대의 한식’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9일 서울 당주동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난 장진모 셰프(사진)는 “전통적인 한식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한식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한남동에서 앤드다이닝이라는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장 셰프는 강민구, 유현석, 임정식, 최현석 셰프와 함께 다음달 9일부터 사흘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월드베스트50레스토랑(WB50R) 갈라디너에서 한식을 선보인다. 앤드다이닝은 8석짜리 레스토랑으로, 예약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계절마다 메뉴가 바뀌고, 매달 메뉴 일부를 바꿔 새로운 요리를 선보인다.
장 셰프는 “외국에서 한식 행사를 하면 매번 잡채, 불고기 등을 만드는데 참가자들이 보면 지루할 수 있다”며 “한식의 다양성과 발전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요리는 러시아 전통방식으로, 프랑스에서 이를 받아들인 게 200여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표적인 프랑스 요리로 인정받는다”며 “음식의 조리법과 서비스 방법은 하나로 정해진 게 아니라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셰프가 생각하는 한식의 정수는 장을 비롯한 발효식품이다. 지난 수백년간 한식은 계속 변해왔지만 발효식품은 쭉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그는 “서양은 치즈 등 단백질 중심의 발효식품이 많지만 한국은 콩을 기본으로 한 장류와 채소로 만든 장아찌, 김치 등 채식 발효식품이 다양하다”며 “WB50R 갈라디너에서 새로운 한식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 셰프를 비롯한 WB50R 갈라디너에 참여하는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인 미슐랭 가이드 서울판에 이름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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