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지급하고 전기료 감면
지원 규모 1년새 30% 늘어
반덤핑 제재 벼르는 미국·유럽
[ 뉴욕=이심기 기자 ] 중국 정부가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수익이 나지 않는 자국 기업을 연명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철강 알루미늄 등 산업재의 중국발(發) 글로벌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각국과의 통상마찰도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와 선전증시에 상장된 기업 공시를 분석한 결과 중국 정부가 이들 기업에 지원한 보조금이 모두 1190억위안(약 180억달러)에 달했다고 9일 보도했다. 이는 2014년보다 30%, 2013년보다 50% 증가한 규모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을 대부분 현금, 토지 대여, 전력 제공 등의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알루미늄그룹은 지난해 10월 중국 간쑤성에 있는 연산 50만t 규모의 제련공장을 수익성 악화 때문에 폐쇄하기로 했지만 지방정부가 전기료를 30% 감면해줬다. 그 덕분에 이 공장을 여전히 가동 중이다. 공장이 문을 닫으면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어 부담을 느낀 지방정부가 결국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다.
한 에탄올 제조업체는 올 1분기 ‘괴멸적인 시장상황’을 이유로 4000만위안(약 61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다. 티타늄 이산화물 제조업체는 북미시장 확대를 명분으로 2800만위안(약 430만달러)을 현금으로 받았다. 윈난알루미늄은 지난해 말 이후 지금까지 5억위안(약 7700만달러)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원받아 가격 하락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생산량을 40% 늘렸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수익이 나지 않는 생산시설 가동을 지원하는 바람에 미국과 유럽 경쟁업체를 고사시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의 알루미늄 생산량은 지난해 3200만t으로 2005년보다 두 배 증가했고, 수출량은 260만t에서 670만t으로 1.5배 늘었다. 중국산 알루미늄이 수출시장에 쏟아져나오면서 국제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5년간 40% 폭락했다. 미국 내 알루미늄 제련공장은 2000년 23개에서 지난해 4개로 급감해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WSJ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각국 보호무역주의 정서를 짙게 하는 한편 세계에서 무역마찰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중국산 철강 수입에 반대하는 근로자의 시위가 이어지고, 호주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철강제품 반덤핑 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이 올 1분기 착수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급 관련 조사는 7건으로 2003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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