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던 중국계 은행, 성장세 '브레이크'

입력 2016-05-09 17:45  

작년 위안화 가치 급락에 예금가입 줄며 성장 주춤
중국·건설 등 5곳 서울지점 작년 순익 2% 줄어들어
개인영업 확대 공상은행 순익 57% 증가 '홀로 약진'



[ 김은정 기자 ] 한국에 진출해 빠르게 성장해온 공상·중국·건설·교통·농업 등 5개 중국계 은행이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위안화 예금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 예대마진이 줄어들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5개 은행의 당기순이익 합계가 감소하고, 총자산 역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개인 영업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공상은행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순익 감소에 자산 증가세도 주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에 진출한 공상·중국·건설·교통·농업은행 등 5개 중국계 은행 서울지점의 자산 합계는 54조541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4%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환차익에 대한 기대로 위안화 예금에 자금이 몰리면서 93% 급증했던 2014년과 비교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또 5개 중국계 은행 서울지점의 지난해 순이익 합계는 256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 정도 줄었다. 2014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144% 급증했다. 2014년 0.73%였던 총자산이익률(ROA)은 지난해 1분기 0.67%, 2분기 0.53%, 3분기 0.48%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말 0.41%까지 내려앉았다.

대부분 중국계 은행이 고전한 가운데 공상은행만 눈에 띄는 실적을 냈다. 공상은행 서울지점은 지난해 전년 대비 56.9% 증가한 94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다른 곳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등 기업 금융에 주력한 데 비해 개인 고객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에 눈을 돌린 것이 주효했다. 삼성물산이 공사를 맡은 주상복합 신축 사업에 자산담보부대출(ABL)을 하는 형태로 부동산 PF 대출에 뛰어들었다. 공상은행은 또 지난해 하반기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외환송금 등의 인터넷뱅킹 서비스도 시작했다.

반면 교통은행 서울지점의 지난해 순이익은 178억원으로 전년 대비 67.6% 감소했다. 교통은행 관계자는 “기업 금융에 집중하면서 예대마진이 축소된 영향이 컸다”며 “2014년 말부터 한국 내 원·위안화 청산결제 은행으로 영업을 시작하면서 관련 인력을 두 배가량 늘리는 등 비용 부담이 커진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새 수익원 찾기 나서

성장세는 멈췄지만 중국계 은행은 여전히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한국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일종의 테스트베드(시험대)로 여기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의 역외 위안화 금융허브 추진과 한·중 간 실물 연계성 강화 정책 등의 수혜도 기대된다. 지난달 자산 규모로 중국 내 12위인 광다(光大)은행이 종로구 서린동에 서울지점을 열고 영업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고전한 중국계 은행들도 중점을 두고 있는 무역 금융과 외환 거래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중국 유학생과 주재원을 겨냥한 특화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등 소매 금융 확대도 저울질하고 있다. 한 중국계 은행 서울지점 관계자는 “대출 부실화 등으로 중국 본점의 실적이 악화해 서울지점에 대한 실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며 “공상은행을 본보기로 해 수익원 창출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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