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기업 도약, CSR 실천에서 시작

입력 2016-05-10 17:37  

속임수로 돈·명예 다 잃은 폭스바겐
CSR에 철저하지 않았던 결과
지속 성장 위해 윤리도 생각해야

박성현 < 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회장 >



작년 9월 발생한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은 전 세계인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 사건으로 인해 폭스바겐에 대한 신뢰가 일시에 무너졌으며 여러 나라에서 민·형사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낸 민사 소송에서 폭스바겐은 11조원 이상의 보상금 제공에 동의했다. 이 사건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기업이 어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버드와이저 맥주를 생산하는 앤호이저 부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작년 8월 미국 서부에서 큰 산불이 났을 때 맥주 생산을 중단하고 생수를 만들어 소방관에게 공급했다. 손해를 감수하고 나눔과 기부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 국제규격의 준비는 1999년 UN환경계획(UNEP)이 출범시킨 ‘글로벌 보고(報告) 이니셔티브(GRI)’란 조직에서 시작됐다. GRI는 조직 스스로 공정성, 환경적 건전성, 윤리성 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 실천 성과를 ‘지속 가능성 보고서’로 발표하도록 요청하고 있으며, 지금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GRI에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2010년 11월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는 표준으로 ‘ISO 26000’을 발표했다. 이 표준에는 조직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뤄야 할 7대 핵심 주제(지배구조,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 운영, 소비자 쟁점, 공동체 참여와 발전)와 36개 쟁점이 제시돼 있다. 폭스바겐이 사회적 책임을 절감하고 공정 운영, 소비자 쟁점 등에 유의하면서 배기가스 문제를 다뤘다면 오늘날과 같은 신뢰 실추와 경영 위기에 직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ISO 26000은 법적 규제가 아니고 인증을 받는 규격도 아니며, 단지 사회적 책임 경영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제공한다. 그러나 이 규격은 기업들이 지속 가능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충족해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은 모든 조직이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을 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직의 경영방침이 윤리적인지, 제품 생산이나 서비스 과정에서 환경 파괴나 인권 유린의 소지는 없는지, 지역사회와 국가에 얼마나 공헌하는지 등을 포괄하고 있다. 최근에는 ISO 26000을 기반으로 하는 인증제도로 국제인증기관 네트워크(IQNet)가 제정한 ‘SR10’이 보급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비교적 최근에 소개됐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20년 한국 사회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미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공정성 수준은 2020년이 돼도 10점 만점에 4.92점으로, 사회적 책임의 중요 항목?공정성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촌 경제가 지금처럼 어려울수록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 경영을 실천해 미래 성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책임 경영의 핵심은 최소의 자원으로 환경 친화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제공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며, 소비자 삶의 질과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도록 모든 조직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박성현 < 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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