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에도 지사 철수 안한 LG상사, '대기오염' 심한 이란에 전기차 제안
전자·화학·이노텍 부품 개발…CNS, 충전 인프라 구축
[ 도병욱/김순신 기자 ] LG상사가 이란 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자동차 생산 사업을 따냈다. LG그룹은 이란 1위 완성차 업체인 이란코드로와 함께 전기차를 개발하고 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상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 방문 기간에 이란 산업개발청과 이란 최초의 전기차 개발 사업 관련 합의각서(HOA)를 체결했다. HOA는 주요 조건에 대한 사전계약 성격을 지니고 있어 양해각서(MOU)보다 구속력이 있다. LG상사와 이란 산업개발청은 올해 안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2023년까지 전기차 6만대를 생산하는 것이다. 사업은 2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1단계 사업은 전기차 시제품 20대를 개발하고 이란 수도 테헤란에 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 규모는 약 520억원이다. 2단계 사업은 전기차 6만대를 생산하고 이란 전역에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2단계 사업 규모는 ‘조(兆) 단위’가 될 것이라는 관 坪?나온다.
LG상사와 이란 산업개발청은 전기차 개발 및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통합 사업관리를 맡는다.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은 모터와 배터리, 배터리관리시스템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개발한다. LG CNS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차체 생산은 이란코드로가 담당한다. LG그룹이 이란 전기차 사업을 따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對)이란 경제제재 기간에도 계속된 LG상사의 ‘이란 공략 작전’이 있다. LG상사는 이란에 전기차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해 초 이란 산업개발청에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제안했다.
LG상사는 LG그룹 계열사들이 전기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란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태근 LG상사 테헤란 지사장은 “이란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때도 지사를 철수하지 않고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시장을 꾸준히 모니터링했다”며 “전기차 프로젝트 추진으로 향후 이란 사업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LG상사는 1980년 테헤란에 지사를 설립했다.
이란은 중동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2020년께 시장이 연 200만대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원유매장량 세계 4위인 이란이 전기차 개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연 8만명에 달한다는 게 이란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LG상사는 또 이란 정부 산하 정유회사인 KPRC와 석유화학제품 판매 관련 양해 ♠?MOU)도 체결했다. 2020년 완공되는 화공플랜트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제품의 판권을 LG상사가 확보했다.
이 플랜트는 연간 35만t 규모의 고밀도 폴리에틸렌과 40만t 규모의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 55만t 규모의 모노에틸렌글리콜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란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 제품의 판권을 확보한 국내 기업은 LG상사가 유일하다.
도병욱/김순신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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