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상도 몰랐다…'가짜 위안화' 주의보

입력 2016-05-12 18:25   수정 2016-05-13 05:47

위안화 위폐 느는데 …
작년 위폐 적발 248건 … 47% ↑
유커 방문 늘며 해마다 증가

환전소 대부분 감별기 없어 육안으로만 확인 … 피해 속출

하루 2000달러까지 환전 가능…당국은 규제만 풀어놓고 '뒷짐'



[ 박상용 기자 ]
직장인 김모씨(40)는 지난주 황금연휴(5~8일)에 중국 여행을 가기 위해 서울 남대문시장 근처 환전소를 찾았다.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환전 수수료가 싸고 절차도 간편하기 때문이었다. 400만원을 위안화로 바꾼 그는 시중은행보다 20만원 이상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뒤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환전소에서 받은 위안화 중에 위조지폐가 두 장 섞여 있었다는 것. 위폐 뒷면에는 다른 지폐와 달리 한글로 ‘수’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김씨는 “한국에 돌아올 때 친구에게 줄 돈이 있어 위안화를 줬는데 은행 입금 과정에서 100위안짜리 두 장이 위폐로 밝혀졌다”며 “중국에서 위폐를 쓰려다 적발됐다면 정말 난처한 상황에 처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짜 위안화 유통이 늘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에서 보고받은 위안화 위폐 적발 건수는 지난해 248건으로 전년(168건)보다 47.6% 급증했다. 지난해 한화와 외화를 합한 전체 위폐 적발 건수가 1828건으로 전년(2772건)보다 34.1%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위안화 위폐는 사설 환전소에서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중국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사설 환전소 규제를 풀면서 위안화 위폐가 크게 늘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월 내국인도 환전소에서 하루 2000달러 이내에서 합법적으로 외화를 살 수 있게 규제를 풀었다. 2014년까지는 내국인은 환전상에서 외화를 팔 수만 있었지 살 수 없었다.

환전소는 시중은행보다 환율이 크게 유리해 이용자가 줄을 잇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에서 원화로 위안화를 살 때 적용하는 환율은 1위안에 177원. 인근 은행(190원)보다 7% 가까이 쌌다. 100만원을 환전상에 주면 5649위안으로 바꿔줘 은행(5263위안)보다 386위안(약 6만8322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전국에 499곳의 사설 환전소가 영업 중이다.

하루 2000달러의 제한이 있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많지 않다. 김씨는 “2000달러를 훌쩍 넘는 400만원을 위안화로 바꾸는 데 아무 제약이 없었고 신분증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설 환전소에 사람이 몰리고 있지만 ‘위폐 리스크’에는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환전소에는 시중은행과 달리 위폐 감별기가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부분의 개인 환전업자가 영세하기 때문에 위폐 감별기를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환전업자가 육안으로 파악하는 방법 외에는 위조 여부를 감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환전영업자 관리감독권을 가진 관세청도 속수무책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환전영업자의 위폐 감별 체계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기재부가 관련 규정을 제정해야 위폐에 대응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환전소에서 위폐가 나오면 관련자를 형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어 다른 규정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현재로써는 환전소 이용자나 환전업자, 은행 등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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