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려 한국 역사·신화 연구
"한국은 결단력과 용기로 성장"
인공지능 발전은 인간에 고무적
[ 양병훈 기자 ] “오래전부터 한국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특히 인류를 진화하게 하는 한국인을 등장시키고 싶었습니다.”
《개미》《뇌》《나무》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5·사진)가 장편《제3인류》한국어판 완간을 기념해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총 6권으로 이뤄진 이 소설의 5, 6권에는 한국인 고고학자 히파티아 김이 여주인공으로 나와 고조선을 세운 단군의 무덤을 발굴한다. 소설에서 한국은 로봇공학이 가장 앞선 나라로 묘사된다.
13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만난 베르베르는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 한국의 역사와 신화를 많이 공부했다”며 “프랑스에서는 한국에 대해 잘못 알려져 있는 부분이 많은데 기회가 되면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에서 1900년 이후 근현대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이 결단력과 용기로 눈부시게 성장하고, 전자제품 등 각종 첨단 산업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는 게 놀랍다”고 강조했다.
베르베르는 인류의 진화를 주제로 인공지능(AI)을 자주 소설 속에 등장시킨다. ‘제3인류’에도 AI와 관련한 얘기가 적잖은 비중으로 나온다. 그는 최근 이세돌과 구글 AI 알파고의 대국을 의식한 듯 AI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털어놨다.
“알파고는《제3인류》에서 기술을 신뢰하는 파란색 진영에 속합니다. 제가 보기에 10년 안에 인간만큼 지능적이고, 똑똑한 안드로이드가 개발될 것으로 보입니다. AI 덕분에 인간이 무의미하고 반복되는 일을 하지 않고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AI가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로봇이 쓰는 소설은 놀라운 반전 없이 그저 그런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로봇이 인간처럼 총체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에 대해 경쟁의식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며 “독자들도 인간이 쓴 사람 냄새 나는 소설로 더 기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파고는 지능이 있을 뿐 아직 자아를 인식하지 못하는 로봇입니다. 언젠가는 로봇이 인식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 이렇게 되면 창의성 발휘는 물론이고 종교적인 메시지를 전파하는 ‘예수 로봇’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로봇이 인간 위에 군림할 위험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는 “《제3인류》를 비롯해 내가 쓴 모든 소설은 ‘인식’을 주제로 한다”며 “여기서 인식이란 우리가 살아있는 존재이고, 지구 또한 살아있는 존재라는 걸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베르베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정 팬이 있는 외국 소설가 중 한 명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 서점에서 팔린 그가 쓴 소설은 모두 1000만부 이상 돼 소설가별 판매부수에서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 그의 소설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묻자 그는 “한국은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이자 미래지향적인 나라”라며 “진화나 미래를 다룬 내 소설을 미래지향적인 한국 국민이 잘 알아줬다”고 자평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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