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국수에 멋있는 액션까지…KBS '마스터-국수의 신'

입력 2016-05-13 19:25  

국수 매개로 한 처절한 복수극


국수는 세계적인 음식이다. 한국의 메밀국수와 냉면, 이탈리아의 파스타, 중국의 짜장면, 일본의 우동 등 국가를 대표하는 음식도 ‘면(麵)’이다. 결혼식 등 큰 잔치나 제례에 국수가 항상 등장하는 것에는 긴 국수 가락처럼 경사스러운 일이나 추모가 계속 이어져 ‘길(吉)’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KBS 수목 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연출 김종연, 극본 채승대)에는 제목의 속뜻과 달리 상서로운 국수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 무명이(천정명 분)가 부모를 죽인 원수 김길도(조재현 분)에게 복수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는 것은 물론이고 온갖 종류의 살인도 등장한다. 방어를 위한 우발적인 살인을 시작으로 방화, 뺑소니, 구타 등 폭력과 살인의 향연은 1970년대 누아르물(범죄와 폭력이 주된 장르)을 넘어 잔혹극을 연상케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김길도는 일종의 ‘소시오패스’다. 소시오패스란 타인을 학대하고 거짓말을 하는 등 각종 범죄에 대해 합리화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장애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충격으로 거짓말과 살인을 일삼으며 남의 貫萱?가로챈 악의 화신이다. 무명이의 아버지를 실족시켜 가로챈 ‘궁중 꿩 메밀국수’로 120년 전통 치면식당의 사위가 된 뒤 대면장 지위를 물려받아 궁락원이라는 요식업계의 성(城)을 구축한다. 무명이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국수 장인의 솜씨를 기반으로 궁락원에 들어가 김길도의 사상누각을 하나씩 해체해 복수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자란 무명이에게는 횡령, 성폭행, 구타 등 악의 3종 세트도 필연적이다. 무명이를 포함해 비슷한 운명의 보육원 친구 4인방은 이 무모한 복수극에 동지 혹은 장애물로 성장한다.

작품성을 떠나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우울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이런 화면은 부담 없이 보고 즐기는 드라마에서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지난 12일 현재 시청률 역시 한 자릿수로 답보 상태다. 그런데도 김길도가 장인 고대천(최종원 분)의 청부살인을 지시하고 악의 화신으로 거듭나며 심복인 황 실장을 길들이는 자동차 경주 장면은 액션의 백미다.

정치에도 야심을 드러내며 솟아오르는 김길도와 차근차근 밑 작업을 준비하는 무명이는 복수 서사의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춘 정통 대하드라마의 두 축이다. 아직은 김길도 역 조재현의 카리스마에 무명이역 천정명이 눌린 상태지만 극의 전개에 따라 이 파워의 불균형이 언제 해소될지를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다양한 국수도 볼거리다. 첫회부터 등장하는 ‘궁중 꿩 메밀국수’부터 궁락원 ‘난면(卵麵)’과 무명이의 작은 국수가게 ‘어면(魚麵)’은 정통 궁중음식과 바닷가 서민음식의 보이지 않은 대치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김길도 아내 고강숙(이일?분)의 ‘사이다 어록’과 음식평론가 설미자(서이숙 분)의 촌철살인 음식 평론은 악의 축 김길도의 대척점에서 대리만족을 준다. ‘국수’가 위와 아래, 구세대와 신세대의 화합을 의미하는 상서로운 상징으로 자리 잡을지, 처절한 복수의 끝, 파멸하는 자의 제사음식이 될지 지켜볼 만하다.

이주영 방송칼럼니스트 darkblue8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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