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최근 수년간 미디어 분석가들은 디지털 기술이 신문을 구원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딱히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뉴스 산업은 정보 과부하의 생태계에서 혼돈에 빠져버렸습니다. 뉴스 사이클은 24시간 이어지고 그만큼 인력을 투입합니다. 재미있고 화려한 콘텐츠를 만드느라 분주합니다. 그런데 그 뉴스의 유통채널로 부상한 소셜 플랫폼만 과실을 따고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매초 17개씩 새 웹 페이지가 생성됩니다. 이렇게 많은 유익한 정보를 담은 페이지가 등장한다는 것이 이용자의 더 많은 콘텐츠 소비로 귀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앤드류 데이비스(Andrew Davis) 같은 시장 전문가는 "디지털의 미래는 (오히려) 프린트"라는 충격적인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사실 퓨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대도시에서 신문 독자의 절반 가까이는 여전히 종이'만' 선호합니다.
뉴스의 포화, 온라인의 독성, 수준 나쁜 온라인 경험 등으로 이용자들은 점점 더 지면으로 회귀할 수도 있습니다. 광고 차단(ad blocking)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미국 이용자의 수가 전년 대비 41%나 성장한 사실은 이용자의 심각한 디지털 거부감을 상징합니다.
디지털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언론에겐 충격적인 상황임에 틀림없습니다. 해외 유력 언론들은 광고 차단 스포트웨어 사용자를 엄격히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한국 언론은 이 문제가 당면한 문제는 아니지만 분명히 또 하나의 간단치 않은 장애물입니다.
영리한 독자 외에도 언론이 고려해야 할 경쟁자들은 넘칩니다. 특히 글로벌 ICT기업들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닙니다. 구글은 웹을 통제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앱을 갖고 있으며, 애플은 멋진 아이폰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전통매체는 무언가를 도저히 선택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독자들은 '해쉬태그'를 사용한다든가 라이브 방송을 줄곧 지켜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독자들에게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실로 넓고 다양한 욕구가 있는 겁니다. 여기서 전통매체가 취할 수 있는 것은 '브랜드의 재구성'입니다. 가령 2012년 인쇄중단을 발표한 <뉴스위크>의 새 주인인 'IBT미디어'는 '프리미엄 부티크(boutique)'의 방향으로 종이의 부활을 다짐합니다.
미국의 미디어 전문 사이트 '에디터 퍼블리셔'의 누 양(Nu Yang)은 "(근본적으로는) 신문이 디지털 경쟁자들과 함께 정보의 초과 공급에 기여해선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그 대신 이용자가 원하는, 양이 아닌 질을 우선하는 콘텐츠에 주력하자는 의미입니다. '슬로우 저널리즘' 같은 것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아무리 정보 피로도에 시달린다지만 깊이 있는 정보와 통찰력 있는 메시지를 사양할 리는 없으니까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신생 미디어가 괄목할만한 성 倖?계속 거두는 것도 아닙니다. 견고할 것 같던 매출과 이익구조는 하루가 다르게 위태롭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 균열이 있다고 해서 종이매체가 회생하는 건 아닙니다.
콘텐츠 유통 재정비, 독자의 신뢰 확보, 뉴스룸의 유연한 문화 등 해야 할 일들은 너무 많습니다. 특히 20세기에 형성한 브랜드와는 다른 역동적인 디지털 브랜드 하지만, 존경받는 전통과 품격을 계승하는 브랜드를 형성해야 합니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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