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 때 청와대 행정관
새마을운동 담당…청와대 근무만 세번
"대통령 최적의 의사 결정 보좌"
[ 장진모 기자 ]
이원종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평생 행정에 몸담아온 행정 전문가다. 계파 색채가 옅어 화합과 소통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정치권과의 소통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에겐 20대 국회가 여소야대의 3당 체제로 개편되면서 어느 때보다 야당과의 협치(協治)가 중요해졌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15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신임 실장은 친화력과 신망이 있는 분으로 대통령을 원활히 보좌해 국민 소통과 국가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친화력’과 ‘국민 소통’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전했다.
이 실장도 이날 임명 직후 춘추관에 들러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비서실의 힘을 합쳐 대통령이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보좌하고 원활하게 국정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당·정·청 간 소통과 협력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이다. 그는 “공직자는 자기가 맡은 일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 국민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요, 바로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다”며 “대통령이 지향하는 희망의 새 시대, 국민이 행복한 시대를 열어가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허태열, 김기춘, 이병기 전 비서실장에 이어 네 번째가 된다. 충북 제천 출신인 이 실장은 체신부 서기보(9급 공무원)로 공직을 시작해 지방행정의 최고봉인 시장·도지사를 역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너무 가난해 고교 진학을 꿈도 꾸지 못한 그는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주는 국립 체신학교에 입학했다. 체신부 서기보로서 공중전화 수금원으로 일하며 야간대학을 졸업했고 1966년 제4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서울시에서 근무하면서 5개 구청장을 지냈으며 1992년 충북에서 관선 도지사를 맡았고 이듬해는 서울시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물러났다.
1998년과 2002년 지방선거에서 각각 자민련과 한나라당 소속으로 충북지사에 선출돼 관선과 민선으로 세 차례나 충북 도정을 이끌었다.
충북지사 재임 때 2002 오송 국제바이오엑스포를 개최하는 등 오성바이오단지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50%가 넘는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불출마를 선언하며 ‘용퇴’했다.
이 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는 “청와대에 세 번째 근무하게 된다”며 “박 전 대통령 시절 행정관(새마을운동 담당)으로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노태우 정권 때는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했다.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는 성품이 소탈하고 부드러워 정치권과의 관계가 두루 원만하다는 평이다. 박 대통령이 이 실장을 발탁한 배경이기도 하다. 풍부한 행정 경험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국무총리 인선 때마다 단골 후보자로 물망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013년 8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에 임명됐다.
이 실장은 이날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두터운 인연이 있느냐”는 질문에 “두텁다고 하는데 같은 고향인 정도다. 각별한 게 뭐…”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본 지도 오래됐다”며 “(반 총장이 청와대) 수석일 때 부부 모임으로 청와대에 초청받아 식사하는데 옆자리에 있었다”고 했다.
■ 이원종 비서실장 약력
△충북 제천(74) △제천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행정고시 합격(4회) △서울시 주택국장, 동대문구청장 △청와대 내무행정비서관 △충북지사 △서울시장 △서울연구원 이사장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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