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셔스오픈
6언더…선두 라만에 1타 차 역전
왕 "이제는 올림픽 출전이 목표"
[ 이관우 기자 ] 한국 남자골프의 ‘차세대 에이스’ 왕정훈(21·한국체대·사진)이 또다시 드라마를 썼다. 지난주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올시즌 최연소(20세256일) 챔프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엔 한국인 최초 EPGA 2주 연속 우승 기록을 작성했다.
왕정훈은 15일(한국시간)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 부샴의 포시즌스GC(파72·7401야드)에서 열린 EPGA투어 아프라시아뱅크모리셔스오픈(총상금 100만유로·약 13억3000만원)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이븐파 72타를 쳤다.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친 왕정훈은 방글라데시의 시디커 라만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때 4타 차까지 벌어졌던 승부를 뒤집은 극적인 역전승이다.
지난주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EPGA 하산2세트로피에서 생애 첫 승을 최연소로 따낸 왕정훈은 통산 2승째를 2주 연속 우승으로 연출하며 차세대 에이스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우승 상금은 16만6000유로(약 2억2000만원).
왕정훈은 ‘바람의 아들’ 양용은(44)에 이어 EPGA투어에서 2승 이상 거둔 두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양용은은 2006년 HSBC챔피언스, 2009년 PGA챔피언십, 2010년 볼보차이나오픈 등 유럽 투어에서 3승을 거뒀다. 유럽 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한 한국 선수는 왕정훈이 처음이다.
1타 차 2위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왕정훈은 전반 첫 홀부터 보기를 범한 데 이어 6번홀에서도 두 번째 보기를 내줘 추격의 동력을 잃는 듯했다. 라만과의 타수 차이가 4타까지 벌어졌다. 승부는 라만의 생애 첫 승으로 끝나는 듯했다.
반전은 16번홀(파4)에서 라만이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시작됐다. 티샷이 OB 지역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세 번째 샷으로 티샷을 다시 한 것이다. 타수는 1타 차로 다시 좁혀졌다. 하지만 17번홀에서 라만은 팽팽한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한 탓인지 짧은 파퍼트를 놓치며 무너졌다. 둘은 동점으로 18번홀에 들어섰다.
마지막 18번홀에서도 라만은 승부를 먼저 끝낼 수 있었다. 그린 주위에서 시도한 칩샷이 홀컵으로 곧장 향하면서 그대로 이글이 될뻔했다. 하지만 공은 홀컵과 깃대를 맞고 튕기면서 약 2.5m를 더 굴러 내려갔다. 라만은 연장으로 갈 수 있었던 버디 퍼트를 왼쪽으로 당겨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반면 왕정훈은 침착했다. 깊은 벙커 안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을 홀컵 1.5m 옆에 붙인 뒤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홀컵 정 중앙으로 꽂아 넣었다. 마지막 3개 홀에서 3타 차를 뒤집는 극적인 역전 우승을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왕정훈은 “16번홀까지 우승은 생각지도 못했다. 모리셔스라는 훌륭한 나라에서 생일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3주 연속 우 쩜?하고 싶지만 다음 대회는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큰 대회라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왕정훈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포인트 24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88위였던 세계 랭킹도 70위권으로 수직 상승할 전망이다. 한국 선수로는 안병훈(24위)과 김경태(43위), 이수민(68위)에 이어 4위다. 한국에 배정된 두 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왕정훈의 아버지 왕영조 씨는 “지난주까지 올림픽 출전은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이제 (정훈이가) 그 꿈을 꿔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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