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회장이 첼시 리 다독이라고 한 사연

입력 2016-05-16 17:36   수정 2016-05-16 18:58



(김은정 금융부 기자)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실무 임직원들에게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업 실적 때문도, 전산 통합 때문도 아닙니다. 이유는 여자 농구단 때문이었습니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모두 여자 프로 농구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여자 농구 순위가 각 은행간 자존심 대결로 번지기도 한답니다. 지난해 10월 페루에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열렸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주요 금융그룹 수장들과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특별한 기준 없이 마련된 자리 순서는 최 전 부총리 바로 옆부터 이광구 우리은행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순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여자 농구 성적순대로 자리를 마련한 것 같다. 내년에는 우승해서 더 앞자리에 앉아야겠다”고 말해 현장 분위기를 띄었다는 후문입니다. 가볍게 회자되는 얘기지만 속내를 보면 여자 농구에 대한 각 최고경영자(CEO)의 애정과 경쟁심, 자존심이 깔려 있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 귀화를 추진하던 여자 프로 농구 부천 KEB하나은행의 첼시 리가 서류를 위·변조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리우올림픽 여자 농구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제출한 출생증명서 등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법무부가 수사를 의뢰한 것이죠.

지난해 입단한 첼시 리는 우수한 성적과 함께 할머니가 한국 사람인 한국계 선수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명 이상이 한국인인 혼혈 선수는 국내 선수로 인정돼 별도의 외국인 쿼터를 적용 받지 않는답니다.

법무부의 수사 의뢰를 받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KEB하나은행 관계자를 비롯해 전방위적인 조사에 나섰고요. 하지만 정황이 드러난 지 수일이 지나도록 별 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KEB하나은행은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KEB하나은행은 다음달 초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의 전산 통합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산 통합이 마무리되면 옛 하나은행 영업점에서도 옛 외환은행 고객이 대출 연장이나 카드 발급 등의 업무를 제약 없이 볼 수 있습니다.

조직 통합에 이어 전산 통합까지 이뤄지면 말 그대로 KEB하나은행이 ‘완전체’로 재 탄생하는 겁니다. KEB하나은행은 전산 통합이 마무리되면 전산 통합 준비 때문에 다른 은행에 비해 뒤처졌던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와 영업 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고요.

그런데 KEB하나은행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첼시 리 의혹’이 불거지다 보니 답답할 노릇인 거죠. 지난해 은행간 조기 통합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금융그룹의 탄탄한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회장 입장에서는 격노할 수밖에 없었던 일인 듯 합니다. ‘첼시 리 의혹’이 어떻게 마무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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