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제 출연작 시사회 가운데 이번에 가족이 가장 많이 다녀갔어요. 외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사촌 등이 다 왔거든요.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았나 봅니다. 전작들은 예고편부터 살벌했으니까요.”
19일 개봉하는 영화 ‘계춘할망’(감독 창)에서 손녀 혜지 역을 한 김고은(25)의 말이다. 이 작품은 12년간 실종됐다 기적처럼 돌아온 혜지와 오매불망 손녀를 기다린 계춘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드라마다. 두 캐릭터의 감동적인 사연이 끝날 무렵, 관객은 눈시울을 붉힌다.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김고은을 만났다.
“편집실에서 완성작을 보니 감정이 올라오더군요. 눈물을 감추려고 천장을 봤지만 멈춰지지 않았어요. 제 연기를 보면서 제가 눈물을 흘린 것은 처음입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비행 청소년이 된 혜지의 비밀이 드러나는 것과, 할머니의 진정한 사랑을 받으면서 혜지가 차츰 변화하는 모습이다.
“비행 청소년에 대한 온갖 다큐멘터리를 찾아봤어요. 왜 가출했고, 어떤 정서를 지녔을까 궁금했습니다. 어른들의 관심이 곧 구속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어른들에게 상처를 받은 뒤 관심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거죠. 하지만 올바른 관심과 사랑을 받고 바른길로 접어드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는 혜지를 연기하면서 과잉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신경 썼다. 혜지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환경에서 성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실적인 감정 연기를 위해 감독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계춘 할머니 역 윤여정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지난해 봄 2~3개월간 제주도에서 선생님과 함께 촬영하는 동안 무척 친근하게 느꼈어요. 선생님은 약간 츤데레(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사람을 일컫는 말) 스타일입니다. 다들 선생님이 거침없이 말하는 편이라고 얘기하지만, 제게는 그러지 않으셨어요. 얼굴에 손대지 말라고 당부하신 정도였죠. 함께 지내는 동안 정말 따뜻하게 잘 챙겨주셨습니다.”
그는 지난 3월 막을 내린 방송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사랑에 빠지는 대학생 홍설 역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전작들에서 감정 소비로 지쳐 있었는데 이 멜로는 제게 위로를 줬어요. 밝은 분위기의 촬영장은 에너지가 전작들과 달랐습니다. 또래 배우를 처음 만나 연기했고, 사랑을 받는 역할이라 더 신났어요. 앞으로 저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할 거예요. 칭찬을 받기보다 발전하고 싶어요. 좋은 선배들을 관찰하면서 배우고 싶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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