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동산 계약 등 생활법률…AI가 답한다

입력 2016-05-17 18:15  

법무부, 내년부터 문답식 인공지능 법률서비스

16억 투입…판례 등 DB구축키로
임대차계약·노동분야 우선 추진
2019년까지 예산 15억 절감 예상



[ 고윤상 기자 ] “어제 전세계약을 했습니다. 전입신고만 하면 되나요?”(상담자)

“계약하신 물건이 다세대 주택인가요? 아파트인가요?”(인공지능 컴퓨터)

법무부가 내년부터 도입할 ‘인공지능 생활법률 서비스’를 이용한 일반인과 인공지능(AI) 컴퓨터 사이의 가상 대화다.

법무부 관계자는 17일 “AI에 기반한 대화형 생활법률 지식서비스를 조달청을 통해 공공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I 생활법률 서비스는 부동산 임대차·임금·해고 등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법률 문제를 친구와 대화하듯 상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AI를 이용해 생활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세계 최초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이 사업은 지난 3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창조비타민 프로젝트’의 34개 과제 중 하나로 선정돼 16억원 예산이 책정됐다.

법무부는 AI 구현을 위한 법률 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누적 상담 기록, 생활법령 정보, 대법원 판례, 포털 정보 등이 수집 대상이다. 법률 정보 DB를 민간에 공개해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생겨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국가에서 공개한 법률 DB를 기반으로 매년 수백 개의 법률 정보 관련 스타트업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 서비스에는 한계도 있다.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가 부동산 임대차 관련법과 노동법으로 한정돼 있어서다. 당초 계획했던 상속·교통사고 관련법은 대상에서 빠졌다. 복잡한 텍스트를 해독하고 판단하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AI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2019년까지 누적 이용객이 10만명을 돌파하고 상담 인건비 감소를 통해 15억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알파고(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가 뜨기 전부터 관련 서적을 읽으며 법률 정보에 AI를 접목하는 방법을 고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난 1월 올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보기술(IT) 분야 선도국가로서 AI 등 미래 산업기술을 접목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행복 법치 구현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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