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 '5·18 기념식' 총집결…박승춘, 유족 반발에 입장 못해

입력 2016-05-18 18:39  

"국민이 새판 짜라고 요구"
손학규, 정계 복귀 시사



[ 임현우 기자 ]
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에 야권 유력 대선주자들이 모여 호남 민심 잡기 경쟁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유족들에게 막혀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된 기념식에는 정의화 국회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과 차기 야권 대선주자 후보군인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정부 대표로 나왔다.

논란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보훈처 결정대로 합창단이 부르고 원하는 참석자들은 따라불렀다. 맨 앞줄에 앉은 여야 수뇌부는 모두 태극기를 들고 합창했지만, 황 총리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묵묵히 서 있었다.

박 처장은 유족들의 저지로 입장하지 못했고, 격한 몸싸움을 벌이다가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박 냅揚?“개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많은 국민의 찬반이 있기에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기존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야당 주요 인사들은 이 노래의 제창 불허를 일제히 비판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너무나 옹졸하다”고 했고, 문 전 대표는 “아주 성의 없는 행사였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안 대표는 “국민 통합에 저해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고, 안 지사도 “5·18 당시 부른 노래는 논란의 주제가 아니다”고 했다. 손 전 고문은 “국민이 새 판을 시작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광주의 5월은 그 시작”이라며 정계 복귀를 시사했다.

총선 이후 처음 마주친 문 전 대표와 안 대표는 기념식장에서 간단히 악수만 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6일 소록도를 찾았고, 안 대표는 이날 소록도를 방문했다. 두 사람이 비슷한 호남 일정을 소화한 게 호남 민심 잡기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광주를 다녀간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광장 5·18 기념식에 참석해 ‘광주정신’을 강조했다.

광주=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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