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라니냐 공포'…국내 식음료주 '비상'

입력 2016-05-18 19:18  

기상 이변 우려에 국제 곡물값 급등…CJ제일제당·삼립식품 등 하락

어획량 감소 우려 참치주↓…농산물ETF는 급등세



[ 최만수 기자 ] 국제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태평양 한가운데 바닷물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예고되면서 세계 농수산물 작황(조업)이 나빠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밀 콩 참치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식음료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콩 옥수수 설탕 가격 급등

18일 밀 옥수수 등 여러 농산물에 분산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TIGER 농산물선물(H)’은 전날보다 1.23% 오른 6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째 상승세다. ‘KODEX 콩선물(H)’도 0.83% 상승했다. TIGER 농산물선물과 KODEX 콩선물은 지난 3월 이후 각각 11%, 21.2% 급등했다.

이는 올초부터 나온 라니냐 발생 우려가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대두 가격이 23.6% 치솟았으며 설탕과 옥수수는 각각 16.9%, 12.3% 올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13일 “엘니뇨 현상이 다음달까지는 사라지고 곧바로 ?반대 현상인 라니냐가 늦여름부터 발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상전문가들에 따르면 농산물시장에선 엘니뇨보다 라니냐가 훨씬 큰 악영향을 끼쳐왔다. 2010년 라니냐가 발생했을 때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주요 농산물 가격이 평균 21%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라니냐로 인해 설탕의 주산지인 동남아시아와 호주에 극심한 장마가 이어지고 미주지역에는 가뭄이 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1988년과 2012년 미국 곡창지대인 콘벨트와 플레인스 지역(콩, 옥수수, 밀의 주요 생산지)을 강타한 가뭄이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참치 어획량도 감소

라니냐는 그동안 낮은 곡물가의 수혜를 누리던 식음료주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CJ제일제당이 2.5% 떨어진 것을 비롯해 삼립식품(-4.38%), 농심(-3.04%), 대한제분(-1.31%), 대상(-0.16%) 등 주요 식음료주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2007년과 2010년 라니냐가 강하게 발생했을 때 주요 식음료 기업들은 코스피지수 대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며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식음료 주식 비중을 축소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가격이 낮을 때 매입해놓은 재고가 연말까지 충분하기 때문에 당장 스프레드(원료가와 제품가 차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기업들은 6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콩보다는 미국산 수입 비중이 큰 옥수수와 밀 가격에 더 민감하다.

라니냐는 참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면 참치들이 깊은 바닷속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어획량이 감소한다.

짹?방콕국제시장의 참치 원어(가다랑어) 가격은 올해 초 t당 1000달러에서 이달 1700달러로 70%가량 올랐다. 참치캔을 만드는 동원F&B 주가는 이날 2.29% 내렸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콩보다는 옥수수, 밀 등의 지표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다만 라니냐의 영향 정도는 두 달 후 세계 기상기구들의 발표까지 지켜봐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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