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시진핑의 공급경제학

입력 2016-05-19 17:43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고전파 경제학자 장 뱁티스트 세이는 애덤 스미스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국부론을 읽고 경제학자가 되길 결심한 인물이었다. 세이의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론도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에 대한 그의 믿음에서 나왔음은 물론이다. 세이의 공급 중시이론은 지금까지도 핵심적 논쟁의 하나다. 정치인들도 자주 세이를 거론한다.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를 살리는 길은 공급을 늘리는 길밖에 없다며 세이를 들먹거려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누구보다 세이 이론을 확대 발전시킨 것은 1980년대 레이건 미 대통령 시절 공급경제학파들이다. 래퍼곡선으로 대표되는 아서 래퍼 교수와 마틴 펠드스타인, 마이클 보스킨 등의 학자다. 이들은 지속적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감세 정책을 펴야 하며 정부의 민간경제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감세를 통해 기업의 근로의욕과 투자의욕을 고취해야 하고 공급 능력 확충을 통해 만성적인 인플레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세금은 살인적이었다. 1960년대 최고소득층의 한계세율이 91%까지 올라갈 정도였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를 65%로 내렸고 레이건은 28%까지 낮췄다.

공급경제학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았다.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재정적자와 경상적자가 우려된다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공급 경제학의 성과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나타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감세가 기업 혁신을 이끌면서 레이건에서 20년이 지난 클린턴시대 미국 경제의 활황을 가져왔다는 실증 논문도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공급경제학을 강조하고 있다. ‘공급측 개혁’이라는 표현을 쓰고 시 주석도 미국식 공급경제학과 다르다고 언급했지만 공급 부문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본질과 맥락은 닿아있다.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끌어올리고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레이건의 중국 메아리(Reagan’s Chinese Echo)’라는 평가(이코노미스트)도 있다. 하지만 레이건이 들으면 화를 낼지도 모른다.

민간기업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돼있지 않은 게 중국이다. 500대 중국 기업에서 국유기업 매출이 80%나 된다고 한다. 중국 상품이 구매하고 싶을 만큼 혁신적이고 효율성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미국이나 EU에선 중국을 시장경제국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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