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프레임에 갇혀 활력 잃은 한국
국회가 먼저 민생·개혁 해결 나서야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chyun3344@daum.net >
지난 16일 워런 버핏이 애플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애플 주가가 상승하고 뉴욕증시가 전반적인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 발표가 나올 당시 중국을 방문 중이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을 찾았다. 애플이 디디추싱에 10억달러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버핏이 애플에 투자한 액수가 약 10억달러, 애플이 디디충싱에 투자한 돈도 10억달러 정도이니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이 움직인 셈이다. 또 디디추싱은 곧 뉴욕시장 상장 계획도 발표했다.
버핏, 애플, 디디추싱 간에 이뤄진 움직임이 흥미롭다. 성장세가 주춤한 애플이 새로운 기회를 중국판 우버에서 찾고 있고, 그 애플에 세계 최고의 투자가가 투자하고, 중국판 우버는 미국에 상장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성장에 한계를 느끼는 미국 기업들의 몸부림과 새로운 돈의 흐름이 느껴진다.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장의 긍정적 반응과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가. 최근 한국을 대표하는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2014년 말 대비 무려 54조원 감소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감소하고 있는데, 한진그룹이 가장 안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고 시가총액 감소폭도 가장 크다. 잘나가던 이들이 과거 프레임에 갇혀 활로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제 이들과 함께 한국 경제 전체가 무기력하게 쪼그라드는 모습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성장률을 2%대로 하향 조정했다. 이제 한국 정부만이 경제성장률을 3%대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외신은 OECD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언급하면서 한국 경제가 대형 제조업에만 의존하다가 실기하고 창업 정신도 부족해 새로운 시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뼈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여소야대로 출발하는 20대 국회는 어떤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정치를 선보이겠다면서 소위 386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싸우지 않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던 약속도 기억난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민생과는 무관한 운동권 가요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고 여당의 갈등은 분당을 거론하는 수준까지 증폭되고 있다. 또 속았나 싶어 속이 다 쓰리다. 문득 2004년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된 상황이 생각난다. 보안법과 사학법 등 민생과는 무관한 개혁 이슈들이 제시되고 갈등이 증폭되고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는 것을 보며 결국 국민들은 새로운 선택을 했다.
‘식물국회’ 내지 성과 없는 국회의 대명사가 된 19대 국회를 극복하고 성과 좀 내라고 만 榕沮?3당 구도 아래서 초반부터 이처럼 민생과 무관한 이슈가 부각되고 갈등이 확산되는 것을 보면 영 조짐이 안 좋다. 한 언론사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70% 정도가 파견법과 성과급제 등 노동개혁 이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대로라면 국민이 원하는 노동개혁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여당을 심판한 결과가 여소야대 정국으로 이어졌다는 식의 해석도 가능해진다. 따라서 만일 여소야대 아래서도 노동개혁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경제가 표류한다면 이번에는 민심이 다수당인 야당을 심판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국회가 먼저 먹고사는 문제, 민생중심·개혁중심 이슈들을 들고나와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국회를 거치지 않고는 되는 일이 없는데 국회만 가면 되던 일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사안의 단점 및 약점과 문제점만 지적하기보다는 일단 시도를 하고 추후 문제점을 보완하도록 하면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여소야대를 만들며 새로운 배를 띄우던 순풍 같은 민심이 참다 참다 배를 뒤집어 버리는 광풍으로 변할 수도 있다. 민심의 역풍이 불기 전에 모두 힘을 합쳐 가라앉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때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chyun3344@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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