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중국을 ‘관시(關係)의 나라’라고 한다. 그동안 중국에서 관시는 법과 제도 및 공식 통치와 운영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사회적 불균형을 보완하는 기제 역할을 해왔다.
중국에선 신뢰가 바탕이 되는 관시를 통하지 않고선 가치 있는 고급정보를 얻기 어렵다. 중국 유명 인류학자 페이샤오퉁은 관시에 대해 “저수지에 돌을 던지면 생기는 동심원”이라고 설명했다. 동심원의 중심은 ‘나’라는 존재다. 중심에 가까울수록 관계가 밀접한 것이다. 이처럼 관시는 중국인의 사회적 연결망이자 가치관, 행동준칙으로서 처세의 기본이 된다.
사업상 관시 활용은 ‘이익을 얻기 위해 인맥을 동원하는 것’을 뜻한다. 이것의 핵심은 공무원과의 관계다. 예전엔 공무원과의 관시로 저가 토지 매입, 세금우대, 대출알선 등 다양한 특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도 인치(人治)보다 법치(法治)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 다국적 기업이 중국에 대부분 진출한 상황에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적용되는 시장으로 환경이 바뀌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법치 외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 募?걸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시진핑 정부 들어 대대적으로 부정부패 척결에 나서고 있다. 중국 공무원은 전처럼 뇌물을 받지 않고, 고급 호텔 또는 식당에서 식사대접을 받는 것조차 꺼린다. 해외출장은 물론 마오타이주 같은 고급 술을 마시는 것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관시는 양면의 칼과 같다. 기업경영에 잘 활용하면 약이 되지만 뇌물, 부정부패와 연결되면 독이 될 수 있다. 관련 공무원의 낙마는 해당 기업 존망과 직결된다.
이젠 바뀐 환경에 맞춰 관시 전략을 변화시켜야 한다. 관시를 활용해 고급정보나 자원을 얻더라도 그것을 활용할 역량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거나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선 관시가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국에 진출하거나 중국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은 중국의 관시 문화가 급속히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아직도 중국에서 관시는 기업 경영에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기는 하다. 관시 의존도를 낮추고, 자기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성공적인 경영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조평규 < 중국 옌다그룹 부회장 pkcho123@naver.com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