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본능' 잃어버린 자동차주

입력 2016-05-19 18:36  

'일본차 연비조작' 반사이익·'엔화 강세' 호재에도 무덤덤

올들어 현대차 9.7% 하락
글로벌 차시장 과잉공급 우려…환경규제로 R&D 비용 증가
한국 경쟁상대, 일본서 중국으로
차 소유 개념 점점 희박해져…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



[ 윤정현 / 김동욱 기자 ] 엔화 강세에 연비 조작과 관련한 일본 경쟁사들의 구설에도 현대자동차 주가엔 좀처럼 상승 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지난 1분기 판매 부진 여파가 컸지만 세계 자동차산업 내 경쟁구도 변화와 자동차를 바라보는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지부진한 현대차 주가

19일 현대차 주가는 1.14% 오른 13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6일 이후 3거래일 만에 상승했지만 지난 3월 연중 고점(15만9000원) 대비 15.41% 낮은 수준이다. 올 들어 엔·달러 환율이 떨어졌고(엔화 강세) 지난달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에 이어 이달 스즈키까지 연비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주가에 반영된 반사이익은 미미했다. 엔화 가치는 올해 초 달러당 120엔대에서 이달 106엔대로 올라갔다. 통상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자동차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올 들어 현대차 주가는 9.73%, 기아차(19일 종가 4만6650원)는 11.31% 하락했다.

물론 세계 시장 점유율 상위 자동차회사의 주가도 대부분 하락세다. 올해 도요타 주가는 17.48% 추락했다. 폭스바겐은 4.19%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연비 조작 사태를 겪으면서 이미 주가가 반토막 난 상태여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르노자동차도 지난해 말 대비 15.87% 떨어졌다. 주가 하락률로만 보면 현대차가 그나마 선방한 셈이다.

전기차를 만드는 미국 테슬라는 최근 3개월 사이 주가가 26.7% 올랐다. 보급형 신차 모델 3의 예약 판매 대수 증가 소식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올 1분기 테슬라의 순손실 규모는 2억8227만달러(약 3262억원)에 달했다. 2013년 2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순손실이다.

이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8배를 웃돈다. 지난해 동기보다 15.5% 줄었지만 현대차는 올 1분기 1조342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차 PBR은 0.58배에 불과하다.

○전통적 투자 분석 무너지나

증권가에선 환율 변동이나 경쟁업체 악재 등 외부 변수에 자동차주 주가 반응이 둔감해진 이유로 자동차산업과 관련한 전통적인 판단 기준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일본 업체를 경쟁 상대로 삼아왔지만 최근 들어선 ‘주적’이 중국 업체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BYD나 창청자동차, 지리자동차 등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연간 연구개발(R&D) 비용 규모가 이미 한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며 “차기 격전장인 중국 시장에서 한국차 업체의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강화되는 환경규제 탓에 R&D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는 점도 부담이다. 친환경차, 경량화, 전장화, 자율주행차 등이 자동차업계 화두로 부각되면서 한국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등 차세대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장기적 시각에선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자동차 수요가 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청년층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미국에서 10~20대의 운전면허 취득 비중이 떨어지는 등 자동차를 소유해야 한다는 관념이 약해지고 있다”며 “카셰어링 등이 보다 활성화되면서 자동차도 소유재에서 소비재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정현/김동욱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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