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기술의 대가들을 만나보니...미 워싱턴포스트(WP) 트랜스포머 컨퍼런스 참관기
“기술 개발지연보다는 소비자들의 인식과 규제가 더 큰 걸림돌”지적도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가 본사에서 개최한 ‘트랜스포머(transformer)’라는 제목의 콘퍼런스에 다녀왔습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WP를 인수한 후 처음 열리는 행사이고, 행사 발표자들이 인공지능, 드론, 자율주행차, 바이오, 유전공학,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의 최고 권위자들이라는 점에서 구미가 당겼습니다.
자신을 인류 최초 공식 ‘사이보그’라고 소개한 영국의 화가 닐 하비슨은 머리에 안테나를 달고 나왔습니다. 달고 나온게 아니라 머리에 심어진 상태, 영구 장착된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는 선천적으로 흑백 외에 색을 인지하지 못하는데 색을 감지할 수 있게 하는 안테나를 뇌에 연결해 작품활동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여권사진을 찍을 때 안테나를 몸의 일부분으로 인정받아 사진촬영을 했다며 자신을 인류 최초 사이보그라고 소개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안테나를 통해 자신의 뇌가 인터넷과 연결되고 세계 각국에 있는 친구들이 보낸 돐瓚?받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잘 때는 꿈에서 친구들이 보낸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군요.
증강현실(AR) 분야 대가인 메타의 존 워너 부사장은 “2000년대가 인터넷, 2010년대가 스마트폰의 시대라면 2020년대는 증강현실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강현실이 상용화돼 단순히 게임에서만 이용되는게 아니라 정보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는 군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허공에 대고 컴퓨터 작업을 하고, 영화 ‘스타워즈7’에서 우주선의 도면을 공중에 뿌려 보는 장면이 곧 현실화된다는 군요.
민간 우주항공업체인 버진갤럭틱의 조지 화이트사이드 사장은 “지금까지 우주로 나간 사람은 약 550명인데 앞으로 여행을 나가겠다는 예약객수가 700명”이라고 말했습니다. 버진갤럭틱의 우주여행 가격은 1인당 22만달러, 한화로 약 2억5000만원입니다.
스페이스X나 블루 오리진 같은 경쟁업체들도 우주여행업을 시작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습니다. 당일 행사장에서 영화 ‘마션’의 작가 앤디 와이어가 ‘만달러에 우주여행을 갈 사람 있나요’라고 묻자 당장 40~50명이 손을 들더군요. 가격만 떨어지면 얼마든지 큰 시장이 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로켓제조업체인 에어로젯로켓다인의 줄리 반 크리크 부사장은 지금은 3D 프린터로 로켓을 만드는 시대라고 했습니다. 로켓엔진부터 각종 부품까지 100% 만들어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인다고 했습니다.
드론 전문 제작업체인 사이파이웍스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헬렌 그레이너는 “2020년이면 드론의 상 宅??위한 모든 기술적 준비가 끝날 것”이라고 호언했습니다. 그는 “문제는 규제”라며 “당국과 소비자들의 인식이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탄했습니다. 메사추세츠공대(MIT)출신으로 청소 로봇 ‘룸바’를 만들어 이름을 알린 그레이너 사장은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워싱턴DC 방문 때 기업가정신 대사로 동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었죠.
미 IBM 인공지능 ‘왓슨’의 개발총괄자인 데이비드 케니 박사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언어를 가르칠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어린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와 똑같다”고 하더군요. 그는 “한국어나 일본어, 중국어 등 특히 배우기 힘든 말을 가르킬 때는 하나씩 입력하고 틀린 억양과 단어를 교정해 가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회사인 아마존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는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후 이 9단을 만났다면서 “인간이 인공지능에 비해 효율성이 뛰어나다”고 말했습니다. 이 9단은 많아야 수천번의 대국만에 그 경지에 올랐지만, 알파고는 그보다 수백~수천배의 대국 사례를 입력하고도 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또 이 9단이 소비하는 열량과 알파고가 대국내내 소비하는 전력량을 비교하면 그 역시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알파고의 소비량이 많다는 부연이었습니다.
자율주행차 분야 대가인 데이비드 스트릭랜드는 “자율주행차는 맹인이나 노인 등 운전이 불편하거나 불가능한 사람들의 이동 편이성을 높여줄 것”이라며 “자율주행차는 기술보다는 球鳧琯湧?부정적 인식이 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차사고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서도 “차 사고의 90% 이상이 인간의 부주의로 일어나고 있다”며 “적어도 부주의로 인한 사고는 줄일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끝)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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