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시니어 출가제도 등 대책 분주
[ 고재연 기자 ]
“자식이 여럿일 때는 한 명쯤 승려가 된다고 해도 내버려 뒀는데, 이제는 하나뿐인 내 자식이 승려가 된다고 하면 부모들이 보따리 싸들고 다니며 말립니다.”(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승려가 되기 위해 출가하는 사람이 급감해 불교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교계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토크콘서트, 단기출가학교, 시니어 출가 제도 등 대안 마련에 나선 이유다.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2000년 528명에 달하던 신규 출가자는 15년 만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5명(2015년 기준)으로 줄었다. 원택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은 “행자(갓 출가한 수행자)보다 절집 수가 더 많아지는 날이 머지않았다”며 “특히 비구니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승려가 되려고 출가했다가 새벽 3시에 일어나고 108배를 하는 등 엄격한 수행 과정을 견디다 못해 뛰쳐나가는 행자도 많다. 강원 평창군 오대산 월정 ?주지인 정념 스님은 “절을 지킬 행자가 없어 동남아 출신 외국인 행자를 적극적으로 받는 절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사제가 부족해 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신학생이 성당을 지킨다는 유럽의 선례가 국내에서도 현실이 된 것이다.
출가자가 감소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저출산 고령화’로 출가 가능 연령대의 청년층 인구가 줄어들어서다. 하지만 잇단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종교 불신이 심화되고, 존경받는 종교인이 줄어든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독신 사회가 일반화되면서 종교인에 대한 매력이 감소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조계종은 올해를 ‘출가 원년의 해’로 삼고 대안 마련에 들어갔다. 50세 이상 전문직 종사자, 은퇴자를 위한 시니어 출가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상 첫 ‘출가콘서트’도 마련했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 스님)은 오는 26일 오후 4시 서울 동국대 중강당에서 청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청춘! 자유를 향한 날갯짓’을 연다. ‘국민 멘토’로 불리는 법륜 스님이 나와 청년들의 다양한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법륜 스님의 출가이야기’를 통해 출가생활과 불자의 삶에 대해 들려주는 시간도 마련된다. “출가하면 군대는 어떻게 되나요?” “정말 채식만 해야 하나요?” 등 현실적으로 궁금해하던 부분에 대한 대답도 들을 수 있다.
월정사가 운영하는 ‘출가학교’도 있다. 1개월 동안 출가생활을 ‘맛보는’ 단기 과정이다. 출가학교에선 한 달간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새벽예불과 108배, 참선을 한다. 지금까지 출가학교를 다녀간 사람은 3000여명, 정식으로 출가한 사람이 150명이 넘는다.
종단 내부적으로는 현대인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나치게 엄격한 수행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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