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지지자 "안철수 물러가라"…욕설·몸싸움 속 쫓기듯 떠나
문재인 "지역구도 타파 총선, 노 전 대통령에 뜻깊은 선물"
[ 김기만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공식 추도식이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됐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여야 지도부를 비롯한 20대 야당 당선자 다수가 참석해 “노무현 대통령의 통합정신을 이어받자”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소속 의원, 당선자들이 봉하마을에 집결했다. 더민주 원내부대표들은 소속 의원 및 당선자들에게 직접 참석을 독려했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도 참석했다.
국민의당에서도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해 당 소속 의원 및 당선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적통’임을 강조, 추도식을 계기로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양당의 경쟁 의지가 읽힌다. 청와대에서는 현기환 정무수석이 추도식에 참석했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추도식은 여당 지도부가 물세례를 맞는 등 마찰이 빚어졌던 지난해보다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만 일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안 대표 등 국민의당 지도부를 향해 욕설을 쏟아내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안 대표는 “노 대통령께서는 이익지향적인 권력의 자리를 찾아가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 가치지향적인 시대의 의미를 찾아가는 정치를 하셨다”고 말했다. 또 “기득권 정치에 도전을 시작한 분”이라며 “지역주의에 대한 항거를 시작한 분이다. 너나없이 정치공학을 말할 때 바보의 정치를 시작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안 대표의 구애성 발언에도 친노(친노무현) 지지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안 대표 등이 노 전 대통령 사저로 향하자 일부 친노 지지자가 “안철수 물러가라” “이명박 앞잡이가 남의 제삿날에 왜 왔나” 등 고성을 지르며 몰려들어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호남에서 지역주의 선동하는 안철수 물러가라’고 쓰인 피켓을 든 사람도 있었다. 박 원내대표 등에게도 “호남에 가서 아부나 하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이에 안 대표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안철수가 당연히 올 수 있는 거지. 왜 그러느냐. 대한민국에 자유가 있는데”라고 맞섰다. “안철수 파이팅”을 외치는 시민도 있었다. 결국 국민의당 지도부는 물병 등이 투척될 것에 대비해 우산을 든 경호원들과 함께 쫓기듯 현장을 떠났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추도식은 추모를 넘어서 희망을 바라는 자리였다”며 “지역구도 타파로 나타난 총선 민심이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바 ?가장 뜻깊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충남지사의 ‘구원투수’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정치적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소망이 하나 있다면 이제는 ‘친노’라는 말로 노 전 대통령을 현실정치에 끌어들이지 말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추도식 후에는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 지도부와 김근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 등이 함께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면담했다.
김해=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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