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선 기자 ] “국내 화가 중 누가 그럽니까? 이름을 한번 대보세요. 제가 직접 화가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겠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김양수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장이 손글씨를 써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 씨의 그림 대작(代作) 의혹이 일파만파 퍼진 그날이었다. 기자가 김 지청장에게 “미술계의 관행이란 의견도 있다”는 말을 전하자 그는 대뜸 화가 이름을 대보라고 요구했다. 몇몇 유명 작가의 이름을 읊었다. 그러자 그는 화가의 이름을 적으며 “확인해보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조씨 그림 대작 사건으로 법조계와 미술계가 시끌시끌하다. 네티즌들은 조씨가 그림을 자신이 전부 그린 것처럼 대중을 속였다며 분노하고 있다. 조씨는 1세대 아트테이너로 꼽힌다. 방송을 통해 종종 그림 그리는 모습을 선보였다. 대중의 인식 속에는 조씨가 방송인이자 그림도 잘 그리는 사람이란 인식이 박혔을 터였다. 그런 점에서 대중이 분노하는 데는 일리가 있다. 검찰 수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조씨가 대중을 기망한 죄에선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방향에는 아쉬움이 있다. 검찰은 뗀씀?당초 사기죄로 기소하겠다고 말했다. 조씨가 작품을 구매한 미술 컬렉터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컬렉터들은 조씨가 그린 그림인 줄 알고 작품을 샀는데 사실은 조씨가 그린 그림이 아니니 사기죄로 충분히 기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조씨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컬렉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자 검찰은 슬그머니 ‘저작권법 위반’을 들고 나왔다. 검찰은 조씨가 속초 화가 송모씨의 원작을 침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알려진 대로 조씨가 송씨에게 하도급을 준 형태로 일을 시켰다면 저작권법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이 조씨를 어떤 죄목으로 기소할지 주목된다.
조씨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미술가가 조수와 함께 작품을 완성하는 관행에 사법당국이 칼을 들이대는 문제는 달리 생각해볼 일이다. 현대미술 특히 개념미술에서는 회화, 설치미술, 영상 등 분야를 막론하고 조수를 쓰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어떻게 만들었느냐’보다 ‘어떤 개념을 제시했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김인선 법조팀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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