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관계자는 “우리는 협상을 통해 라이선스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화웨이가 손해배상보다 삼성전자와 크로스라이선스(교차 특허 사용)를 원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화웨이와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일부 로열티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애플 같은 케이스를 바란다는 얘기다. 주목할 것은 중국 기업이 기술적 측면에서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라 경쟁자 내지 선도자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세계 통신장비, 휴대폰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화웨이는 중국 기술력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4세대 통신을 넘어 5세대 통신을 놓고 한국 및 일본 기업과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는 회사가 화웨이다.
통신분야만이 아니다. 중국은 전기차 일부, 그리고 드론에서는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고속철, 핀테크 등에서도 한국을 따돌렸다. 한국에 조금이라도 기술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육성에 나서는 것도 지금의 중국이다. 반도체는 국가펀드를 동원해 집중 투자하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는 한국 기업을 배제하기 위해 온갖 비관세 조치를 동원하는 게 그렇다. 한·중 간 거의 전방위적 경쟁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중국 당국과 기업이 한국 기업에 부당한 차별을 가했을 때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적당히 대응하던 그런 상황은 지났다. 중국은 한국 기업이 악착같이 싸워야 하는 그런 상대가 됐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이나 규범조건 등록제만 해도 그렇다. 누가 봐도 한국 기업을 배제하는 명백한 차별이요, 부당한 대우다. 그런데도 당장의 중국 시장이 아쉬워 한국 정부와 기업이 제대로 항의를 못 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차별은 점차 구조화할 가능성이 있다. WTO 제소도 불사하는 등 원칙적이고 단호한 대응만이 근본 해결책이다.
이번 특허소송건도 그렇다. 삼성전자는 화웨이의 소장을 검토한 뒤 맞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화웨이가 애플보다 더 무섭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더 정확하고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혹여 적당히 넘어가려 한다면 나중에 뒷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도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특허소송 대응은 기업의 몫이라고 하겠지만 중국의 법치 환경에서는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로서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른바 ‘대륙의 역습’은 오늘 한국 경제가 처한 비상한 국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방에서 한국을 공격하는데 이 나라는 ‘정치 놀음’에 몰두하느라 일말의 위기감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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