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공격한 화웨이…특허 전면전인가, 노이즈 마케팅인가

입력 2016-05-25 17:51  

'특허 기습' 화웨이의 속셈은

연 10조 R&D에…국제특허 신청 세계 1위
기술력 부각시켜 선진국 시장 이름 알리기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서 고지선점 포석도



[ 안정락 기자 ] “화웨이는 오랫동안 머리를 땅속 깊이 파묻은 타조처럼 행동했다. 나는 타조가 될 수 있지만 회사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회장의 말이다. 런 회장은 지난 9일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특허(지식재산권) 핵우산론’을 주창했다. 그는 “화웨이가 지재권 핵우산을 만들었다”며 “최근 수년간 많은 지재권 사용료를 받았으며 상호특허 계약을 맺은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런 회장의 이 같은 표현은 자사의 특허를 무기삼아 글로벌 기업과 정면 승부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화웨이가 25일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도 자신들의 ‘특허 핵우산 전략’에 삼성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화웨이는 애플 퀄컴 에릭슨 등과 이미 ‘크로스 라이선스(교차 특허 사용)’ 계약을 맺었다.


○화웨이, 국제특허 신청 1위

화웨이는 ‘카피캣(다른 회사를 모방하는 기업)’으로 불리는 기존 중국 회사들보다 한 차원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제특허 신청 건수와 연구개발(R&D) 투자 등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4년 3442건의 특허를 신청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898건을 신청해 2년 연속 국제특허 신청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특허 신청 2~5위는 미국의 퀄컴(2442건), 중국의 ZTE(2155건), 삼성전자(1683건), 일본의 미쓰비시전기(1593건) 등의 순이었다.

화웨이는 4세대(4G) 이동통신, 운영체제(OS), 사용자환경(UI) 등 스마트폰 핵심 기술과 관련한 특허권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중국 특허는 4만2000건 이상, 해외 특허도 3만건 이상 확보하고 있다. 애플도 화웨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연간 수억달러 규모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R&D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의 15%에 해당하는 569억위안(약 10조780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는 애플 구글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대 기업이 됐을 뿐만 아니라 최근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무서운 기세로 삼성전자 애플 등 선두권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이미 적수가 없을 정도로 선두 자리를 견고히 지키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 제조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 1억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소송전으로 마케팅 효과도

정보기술(IT)업계는 화웨이의 이번 소송전이 글로?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송으로 기술 사용을 막거나 거액의 배상금을 챙기려는 목적보다 삼성전자와의 라이선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화웨이의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윌리엄 플러머 부사장이 “우리는 협상을 통한 라이선스 관련 분쟁 해결을 선호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화웨이는 애플에 특허 769건을, 애플은 화웨이에 특허 98건을 서로 사용하도록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화웨이가 자사 기술력을 부각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3위 스마트폰 회사로 떠오른 화웨이는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판매 확대를 노리고 있다.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화웨이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볼 수도 있다”며 “화웨이가 중국에서 삼성전자를 견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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