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룸·파우더 합쳐 서재로
창문 달린 쇼케이스형 붙박이장
놀이방 바닥에는 특수 방음처리
침실 속에 공부하는 방 마련도
첨단 기술이 생활 속으로 손목에 웨어러블 키 착용하면
현관·엘리베이터 등 자동 개폐
[ 문혜정 기자 ]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는 ‘가장 좋은 아파트는 가장 최신 아파트’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상품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내부 평면과 공간 구성이 다양해지고 첨단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되면서 같은 크기의 비슷한 아파트라도 거주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만족도가 달라진다.
○‘나만의 공간’ 찾는 수요자 증가
최근 나만의 평면을 추구하는 소비자(분양 계약자)가 점차 늘고 있다. 윤종진 삼성물산 상품디자인팀 상무는 “과거에는 나중에 팔 때를 생각해 튀지 않는 아파트 평면과 디자인을 선호했다면 요즘은 향이나 층이 다소 마음에 안 들어도 독특한 평면이나 개성 있는 내부 인테리어 등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파트의 단점 중 하나는 대량 생산에 따라 모든 집의 기능과 성격이 획일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간 구성 모듈러(조립 단위)를 표준화해 큰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공간의 다양성을 구현하고 있다.
롯데건설이 서울 동작구에서 분양하는 ‘흑석뉴타운 롯데캐슬 에듀포레’(흑석뉴타운8구역)의 ‘드림 알파룸-워크스테이션’이 대표적인 예다. 대개 안방 침실에 붙어 있는 드레스룸(벽장)과 파우더(화장대) 공간을 합쳐 침실 속 작은 서재로 변형시켰다. 이정민 롯데건설 디자인팀장은 “재택근무와 가정 내 취미활동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별도의 서재를 둘 필요 없이 추가적인 작업 공간을 마련했다”며 “작업대(책상)는 전동식이라 높이가 조절되기 때문에 가족 누구나 앉거나 서서 일하고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등촌역 인근 목동에서 분양하는 ‘목동 롯데캐슬 마에스트로’는 쇼케이스형 붙박이장이 주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로로 긴 판상형 아파트 구조에서 기존 방과 거실 외에 0.5베이(방이나 거실 등 일반적인 공간의 절반)를 더 확보하고 이곳의 베란다를 확장하면서 창문이 있는 드레스룸이 탄생했다. 칸칸이 나뉘어 있는 일반 붙박이장과 달리 여러 개의 긴 선반과 다양한 조명이 설치되는 쇼케이스형 드레스룸은 미닫이문을 투명유리나 불투명 유리로 골라 시공할 수도 있다.
같은 평형이라도 가족 구성원에 따라 집의 구성이 자유롭게 달라지는 것도 점차 보편화하 ?있다. 어린 자녀를 둔 가구는 아예 방 한 개를 아이들 놀이방으로 선택할 수 있다. 바닥은 방음 처리한 마감재로 시공한다. 방 한 개의 문을 아예 유리문으로 만들어 거실의 연장선처럼 보이면서 개방감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가족들이 독서하고 공부하는 가족실로 꾸민다.
포스코건설이 경기 평택시 소사벌지구에서 분양 중인 ‘소사벌 더샵’ 전용면적 99㎡B형은 방 두 개를 연결해 방 속의 방(룸 인 룸) 구조로 꾸몄다. 학령기 자녀가 공부하는 공간과 따로 분리된 침실을 가질 수 있다. 전용 89㎡A는 거실의 다른 부분을 줄이는 대신 식료품이나 주방 기구 등을 보기 좋게 진열하는 대규모 주방용 팬트리를 마련했다.
대림산업이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서 분양 중인 ‘e편한세상 테라스 오포’는 아예 거실과 침실 간의 구조벽을 허문 경우다. ‘디 하우스’(D.House)로 이름 붙여진 이 시스템은 최소한의 구조벽을 바탕으로 주방, 화장실 등 습식공간을 제외한 거실-식탁 공간-부엌을 하나의 거대한 원룸처럼 개방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하는 1인 가구, 대가족이 함께 사는 집, 수납이 많은 집, 넓은 식사 공간이 필요한 집, 중고생 아이들을 위한 서재와 학습공간이 중심인 집, 은퇴부부를 위한 집 등 거주자의 욕구대로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똑똑함을 뛰어 넘는 첨단 아파트
첨단 IoT 기술이 적용된 아파트는 단순히 살기 편리한 수준을 넘어선다. ‘먼저 나를 알아보고 돌봐주는 집’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이달 분양하는 ‘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과천 주공7-2 재건축)나 지난 3월 말 선보인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등은 모두 ‘웨어러블 원패스(wearable one-pass)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손목 등에 원패스를 착용한 채 아파트 공동 현관문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호출된다. 엘리베이터를 타서도 층수를 누를 필요가 없다. 자녀가 집에 도착했다면 집이 알아서 엄마에게 통보해준다. 외출 때 전등을 끄는 것을 잊어도 집이 알아서 꺼준다. 일정 시간이 지나도 움직임이 없으면 전등의 전력을 차단시키기 때문이다.
래미안은 이 밖에도 저녁 요리 뒤 집안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집이 알아서 고성능 청정필터가 장착된 환기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기술, 퇴근한 아빠와 엄마가 집안의 ‘특수한’ 거울을 통해 자녀의 스케줄과 하루 동안 찍은 휴대폰 사진 등을 볼 수 있는 기술 등도 고민하고 있다. 윤 상무는 “스마트홈은 여러 협력사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집(house)’을 삶의 가치를 담는 ‘집(home)’으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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