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에 뭉칫돈 몰린다] "똑같은 맛은 싫다"…규제 풀리자 한국 수제맥주 시장도 '빅뱅'

입력 2016-05-27 17:39  

다양한 맛 찾는 소비자 늘어나고
2002년 이후 4차례 규제 완화로 소규모 맥주 양조장 70여곳 가동
신세계·롯데 등 대기업도 속속 진출
집에서 맥주 만드는 동호인만 3만여명



[ 노정동 기자 ] 롯데주류는 지난달부터 아일랜드 수제(크래프트)맥주인 ‘맥가글스’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국내 대형 주류제조사가 수제맥주를 들여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오비맥주 사장은 이달 초 서울 모 대학에서 열린 특강에서 새 맥주 브랜드 출시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카스와 하이트 두 브랜드가 오랜 기간 장악하고 있는 한국 맥주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이 같은 변화로 수제맥주를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 모회사인 AB인베브는 지난해에만 골든로드브루잉, 엘리시안브루잉 등 수제맥주 회사 네 곳을 인수했다.


○급변하는 맥주시장

국내 대형 맥주 제조사들이 수제맥주 사업에 속속 뛰어드는 이유는 더 다양한 맛을 찾는 국내 맥주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지난해 한국의 맥주 수입량은 17만919t, 수입액은 1억4186만달러였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맛과 종류가 다양한 수입맥주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 1~4월 이마트 전체 맥주 매출에서 수입 맥주 비중은 43%로 작년 같은 기간(38%)보다 5%포인트 올랐고, 수입 맥주 매출도 전년보다 21% 증가했다.



그동안 수제맥주 시장에 관심을 보여온 국내 유통기업들도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신세계가 2014년 ‘정용진맥주’로 알려진 데블스도어 1호점을 낸 서울 반포점은 주말에는 1~2시간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에 2호점을 냈다. SPC가 운영하는 그릭슈바인은 1년 만에 매장이 5개로 늘었다. 해외 업체도 국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지난 24일 미국 뉴욕 1위 크래프트 맥주업체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제주도에 양조장을 설립,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두 현지화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라이트 라거 일색인 한국에서 수제맥주 산업이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게 이 회사가 국내에 진출한 배경이다.

○무너지는 진입장벽

수제맥주는 일반적으로 기업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양조장에서 자체 레시피로 소량만 제조하는 맥주를 일컫는다.

세계적으로 수제맥주 산업에 불을 지핀 것은 미국이다. 1919년 금주령 이후 입지가 좁아졌던 지역 양조장들은 1979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주류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집에서 만든 맥주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당시 80여개에 불과했던 미국의 지역 양조장이 현재 4000여개로 늘어났다. 국내 소비자에게도 익숙한 ‘새뮤얼애덤스’(보스턴)나 ‘밸러스트포인트’(샌디에이고) 등이 대표적 제품이다.

한국이 수제맥주 산업에 싹을 틔운 건 2002년이다. 당시 정부는 월드컵을 앞두고 관광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역 소규모 양조장에서 맥주를 생산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존 주세법은 연간 6000kL(500mL 병맥주 1200만병) 이상의 생산량을 갖춘 사업자만 맥주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지만 ‘소규모 제조면허’를 신설해 5~25kL만 갖춰도 맥주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어 2008년에는 ‘일반 제조면허’ 기준을 절반 이하인 2775kL로 낮췄다. 국내에도 대형 수제맥주 회사가 세워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2010년 정부가 소규모 제조면허 상한기준을 아예 폐지하면서 진입장벽이 허물어졌다. 이듬해 세븐브로이가 광복 이후 첫 일반 제조면허 취득 대상자가 됐다. 한국 크래프트 맥주 붐의 진원지로 꼽히는 이태원 크래프트웍스 매장도 이즈음 나왔다. 2014년에는 세금도 일부 경감됐다.

○자가 양조자 급증

하우스 맥주를 제조하는 양조장 수도 크게 늘었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에 따르면 2002년 1개에 불과했던 국내 소규모 양조장은 현재 70~8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집에서 직접 맥주를 제조해 먹는 사람(홈브루어)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최대 수제맥주 커뮤니티인 ‘맥만동’(맥주 만들기 동호회)은 주세법이 처음 개정된 2002년 이후 현재 회원수만 3만1074명에 달한다

이들은 전국 지역별 모임을 통해 자신만의 맥주 만드는 방법을 공유한다. 정인용 맥만동 운영자는 “자가 양조를 통해 제조하는 맥주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과 다른 맛을 내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며 “다양한 맥주의 맛을 원하는 사람이 늘면서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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