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법안 수, 18대의 3배지만 10건 중 3건만 적합 판정
20대 국회선 입법 품질 높여야
시민단체, 발의 개수만 보고 평가
메이저리그처럼 다양하게 보고 제정법 낸 의원에 점수 더 줘야
[ 박종필 기자 ] “자구 몇 개 수정을 통해 비교적 쉽게 발의할 수 있는 개정법 몇 건보다 제대로 공들인 제정법 한 건을 내는 의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
김한근 국회 법제실장(사진)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건수 채우기식 법안 발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20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보다 양질의 법안을 낼 것을 주문했다. 각 정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법안 발의 건수를 의원 평가점수로 반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국회 법제실은 의원이 만든 법 초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 미리 넘겨받아 다른 법안과의 중복 및 충돌 여부 등 법률 검토와 체계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김 실장은 “2012년 19대 총선 공천 당시 일부 정당이 현역의원 평가에 법안발의 건수를 집어넣으면서 임기 말 자구 몇 개만 고쳐서 내는 개정법 중심의 발의가 급증했다”며 “공청회를 의무적으로 열어야 하고 40일 이상의 법제실 검토가 필요해 입법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제정법 발의에 더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19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로 특정 사업의 규제가 완화된 상황에서 도리어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다시 발의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한 이유 없이 규제를 강화하거나 상위법과 상충되는 법안임에도 입법을 고집하는 의원실도 있었다”고 했다.
또 “18대 국회에서 1만여건이 접수된 법안이 19대 국회에서 3배로 늘었다”며 “19대 국회 임기 동안 법제실로 접수된 2만9157건의 법 초안 중 법제실의 적합 판정을 받아 발의된 법안은 총 7881건(27%)인 반면 1만1407건(39.1%)은 법제실 권고로 철회됐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엉터리 법안이 많다는 의미다.
김 실장은 각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시행 중인 ‘의원입법 평가’ 방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타율, 홈런 개수뿐 아니라 수비, 주루 등 고려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포함해 프로야구 선수를 평가한다”며 “국회의원 평가도 단순히 법안 발의 건수만 셀 것이 아니라 제정법인지 개정법인지, 일부개정법인지 전부개정법인지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 정하는 등 세심한 지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제실은 20대 국회에서 모든 법안에 ‘48시간 룰’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법률안 의뢰가 들어오면 법제관이 48시간 내에 해당 의원실과 접촉해 의뢰 취지나 개정 戀?등을 신속하게 파악한다는 것이다. 그는 “법안의 의도를 명확하게 알면 법률안 검토가 쉽다”며 “강남역 살인사건 직후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는데 목적 없이 사건의 문제점만 적시하는 법안들이 있어 검토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또 “19대 국회 4년간 3만여건의 법안을 60명의 법제관이 나눠 본다 해도 한 명이 하루에 한 건 이상 검토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입법 폭주로 인해) 법제실의 입체적인 법안 분석이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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