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보다 한국과 협력이 유리…우간다, 전략적 판단한 듯"
[ 장진모 기자 ]
우간다를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캄팔라 대통령궁에서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안보, 군사, 경찰 분야에서 전통적 우방인 북한과의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등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한 우간다의 협조와 지지를 요청했다. 이에 무세베니 대통령은 “북한과의 안보, 군사, 경찰 분야 협력 중단을 포함한 UN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정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양국은 박 대통령과 무세베니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보교류와 교육훈련, 방위산업, 군사기술 등의 협력을 강화하는 국방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박 대통령은 “오늘 회담이 양국 간의 우호협력 증진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안보·군사·경찰 분 ?협력 중단을 선언하고 UN 안보리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심해질 전망이다.
우간다는 역사적으로 북한과 군사 분야 등에서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왔으며 북한 입장에서는 아프리카 내 핵심 우방국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친북 성향의 우간다가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표명한 것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의 안보리 이행을 견인해 나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9일 현지 브리핑에서 우간다 측의 전향적인 태도와 관련, “북한과의 군사 협력보다는 우리와의 실질 협력에 보다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무세베니 대통령은 박 대통령 경호를 본인이 맡겠다고 할 정도로 이번 정상회담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며 “우리 측 투자 증대를 통한 경제협력 확대를 모색하는 한편 새마을운동 경험 공유 등을 강조하면서 지속적 협력을 기대했다”고 전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평소 한국의 경제개발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2013년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 때 “부친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며 “내 집무실에 박정희 대통령이 집필한 서적들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1986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무세베니 대통령은 김일성 생전에 세 차례(1987년, 1990년, 1992년) 북한을 방문했고 김일성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2014년 10월 북한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우간다 방문 때 북한의 우간다 공군 조종사 훈련에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무세베니 대통령을 ‘국제 김일성상’ 수상자로 선정해 초청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는 등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무세베니 대통령이 안보·군사협력 중단을 지시함에 따라 우간다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군경교관단 50여명도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캄팔라(우간다)=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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