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버스차고지로 방치…서울 강남 1300억 알짜배기 땅

입력 2016-05-30 18:38   수정 2016-05-31 05:17

버스·택시업계 의식해 우물쭈물하는 서울시

"양재동 현대車 사옥 연계 R&D 특구로 만들어야"



[ 강경민 기자 ] 서울시가 1000억원대 예산을 들인 서초구 염곡동 ‘노른자위’ 땅을 7년째 버스 차고지로 방치하고 있다. 연구개발(R&D) 특구를 조성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인데도 버스업계를 의식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연말까지 174억원을 들여 서초구 염곡동 부지 1604㎡를 추가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2010년과 2013년에도 각각 361억원과 853억원을 투입해 염곡동 부지를 매입했다. 전체 1만5673㎡ 규모의 땅을 사들이는 데 서울시 예산 1388억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해당 부지는 경부고속도로 양재IC 근처에 있는 교통 요충지다. 인근에 현대자동차 사옥이 있는 강남의 알짜배기 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곳은 버스 차고지로 쓰이고 있다. 버스 300여대가 주차돼 있다. 서울시가 추가로 사들이는 부지도 버스 차고지로 이용된다. 투입 예산을 감안하면 버스 한 대에 4억원 이상의 주차비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게 시의회의 지적이다.

강남 노른자위 땅이 버스 차고지로 방치된 이유는 2004년 서울시가 버스업계와 맺은 협약 때문이다. 이명박 시장 때인 2004년 서울시는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시내버스 회사에 강남권에 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차고지를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때 대상 부지로 선정된 곳이 염곡동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맺은 협약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부지를 사들여 버스업계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염곡동 부지를 활용해 택시 공영차고지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버스업계에만 무상으로 차고지를 제공하는 게 특혜라는 택시업계의 항의 때문이다. 그러나 소음과 매연, 교통혼잡 등을 우려한 서초구 주민의 거센 반발로 이 계획은 무산됐다. 지금도 택시업계의 요구가 거세 택시 차고지 조성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가 버스 및 택시업계에 휘둘리면서 관할구청인 서초구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향후 글로벌 R&D센터로 바뀌는 양재동 현대차 사옥 및 인근 중소기업 연구소와 연계해 시너지가 나도록 개발해야 한다”며 “염곡동 부지에 R&D 특구를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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