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래유산] 서울, 시간을 품다 미래를 열다

입력 2016-05-30 19:14  

주린 배 채워준 성북동 국시집…
서울 관광객 1000만 시대 열어줄 동력 서울 미래유산

60년 전통 불광대장간…
평화시장…학림다방…
시대의 애환이 그대로



[ 최승욱 기자 ]
서울시가 2012년부터 추진 중인 서울 미래유산 보존사업이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앞당길 동력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민의 기억과 감성을 담은 공간이나 특색 있는 건물, 주요 인물과 사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장소 등으로 꾸린 미래유산을 체험한 뒤 한류의 원형을 느끼고 발전 가능성도 엿보는 과정에서 추가 방한 욕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유산과 주변 문화관광자원을 연계한 도보답사 코스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정치역사, 산업노동, 시민생활, 도시관리, 문화예술 5개 분야의 미래유산 371개를 선정했다.


서울 미래유산은 서울 사람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형성한 공통의 기억 또는 감성을 담고 있다. 이 같은 기억과 감성은 다양한 세대와의 공유를 통해 미래에 전달되면서 새로운 창조를 이끄는 지속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미래유산은 과거에서 물려받은 가치를 바탕으로 후대에 의한 새로운 변화를 수용할 여지를 가진다.

미래유산의 가치는 어느 한 시대에 국한된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과거 지향적인 기존 문화재와는 달리 미래 지향적인 성격을 띤다. 미래 지향성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가치의 유동성을 담고 있다.

문화재보호법은 제2조 제1항에서 문화재를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것’으로 정의한다. 미래유산은 이와는 달리 서울시민이 공유하는, 또는 공유할 수 있는, 공유할 만하다고 추정되는 집단 기억 또는 감성을 중시한다.

미래유산은 전문가들이 근·현대 문화유산을 일방적으로 정리하거나 선별한 것이 아니다. 서울시민이 함께하고 싶은 기억 또는 감성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에 기초한다. 미래유산의 이런 특성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문화유산의 가치 유동성을 받아들이면서 기존 법과 제도에서는 그 보전 가치가 논의되지 않던 집단 기억 또는 감성이라는 새로운 가치에 의미를 부여한다.

근·현대유산을 보존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서울시의 ‘미래유산’ 사업이 전부는 아니다. 엄격한 규제를 바탕으로 전통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문화재보호법의 사각지대를 채우기 위해 등록문??제도가 생겼다. 2001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을 통해 도입한 등록문화재 제도는 근·현대 문화유산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크게 높였지만 운영상의 문제점도 드러냈다. 등록 예고 과정에서 철거된 스카라극장은 근·현대 문화유산 훼손의 대표적인 사례다. 2005년 문화재청이 1953년 지어진 스카라극장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하자, 소유자는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스카라극장 상징인 반원형 현관을 허물었다.

근·현대 문화유산의 현실적인 이용 가치를 수용하기 위한 느슨한 보존 조치와 등록문화재 보호에 대한 보상 개념의 지원정책은 소유자의 자발적 보존 의지를 고취하기보다는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등록문화재의 발굴 및 선정 과정이 전문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어 소유자가 근·현대 문화유산 보호에 참여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도 약점이다.

서울시는 근·현대 문화유산 보존 방식의 문제점과 현실적인 이용 가치를 받아들이기 위해 미래유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시민이 주도적으로 미래유산을 발굴하고, 전문가는 미래유산에 담긴 공공적 가치의 평가를 바탕으로 시민사회의 자발적 보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해법을 도출하며 행정기관과 전문가, 시민 모두가 함께 보존을 실천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래유산은 문화재의 경직성에서 탈피, 선정이 곧 보존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유산은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보존하는 것을 가장 큰 원칙으로 삼는다.

미래유산은 △문화적 인공물 △문화적 행위 및 이야기 △배경 등 3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토목구조물이나 건축물, 회화, 조각, 공예품, 공鉞걋?문화적 인공물에 포함된다. 문화적 행위 및 이야기는 음악 문예 연극 영화와 같은 예술작품이나 전통의식, 전통과 가업을 이어온 근린시설 등을 의미한다. 마을이나 시장, 산업단지는 문화적 인공물이나 문화적 행위 및 이야기 등이 만들어지는 배경(장소 또는 경관)에 포함된다.

371개의 미래유산 각각의 개별적 특성에 따른 유연한 보존체계를 마련하면 100년 뒤의 소중한 보물이 될 수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절실하다.

최승욱 특집기획부장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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