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현 증권부 기자) “뉴욕까지 1~2시간 만에 갈 수 있다면 저는 5000만원을 주고서라도 갈 것입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당시 박 회장은 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그에 대한 과감한 투자, 그를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수라는 맥락에서 이 같은 얘길 했습니다. 구글이 인공위성 사업에 투자한다고 하니 손가락질을 하고 로켓을 쏴서 태평양을 건너는데 1~2시간 걸리게 하겠다는 생각을 허황된 것이라 보지만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안 된다고 생각할게 없다는 것입니다.
구글의 로켓 정도는 아니지만 5~6년 후면 현재 13시간 걸리는 뉴욕-서울 간 이동 시간을 절반 정도로는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기차 제조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머스크가 제안한 하이퍼루프(Hyperloop)를 통해서입니다. 하이퍼루프는 튜브처럼 생긴 터널 안에서 자기부상 기술로 열차를 띄워 사람이나 화물을 시속 1200㎞로 옮길 수 있는 교통수단입니다. 자기 부상 원리를 이용해 캡슐(열차)이 튜브(진공터널)를 시속 1200㎞ 이상으로 질주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진공터널 속에서는 공기의 저항이 없기 때문에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이퍼루프를 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상용화 가능 시기는 예상보다 빠릅니다. 시장에서는 화물 운송은 2019년, 승객 운송은 2022년까지 향후 5~6년 내에 기술 개발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난 11일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하이퍼루프 주행 시연회가 있었습니다. 하이퍼루프의 개발사인 하이퍼루프원(Hyperloop One)은 2014년 설립된 이후 3700만 달러(약 440억원)의 초기자금을 끌어들였습니다. 최근 프랑스 국영 철도회사 SNCF와 GE의 벤처 자회사인 GE벤처스 등으로부터 8000만 달러(약 952억원)의 투자도 유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투자 유치 성과를 하이퍼루프가 구현 가능한 기술이라는 방증으로 보고 있습니다.
회사 측이 공개한 건설 비용에 따르면 승객 전용 하이퍼루프는 약 60억달러, 화물 운송까지 가능한 하이퍼루프는 75억달러입니다. 이예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제 건설 시 추가 비용이 든다해도 현재 같은 구간에서 추진되고 있는 초고속철도 건설 비용인 700억달러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합니다. 투자 비용 회수 속도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고 덧붙입니다. 설계안에 따르면 28명의 승객을 태운 캡슐을 2분마다 출발시킬 수 있는데 초기 운행 단계에서만 일일 30만달러~60만달러의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하는 겁니다. 항공 및 기존 철도에 비해 캡슐 추가 비용 부담이 적고 기술력에 따라 운행간격 단축 등 가변적인 운영이 가능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책적인 지원이 더해지면 성장엔 더 탄력이 붙을 수 있습니다.
인프라 기반 확보와 소재 개발 등 아직 가야할 길은 멉니다. 하지만 더 빠른 운송수단에 대한 수요는 큽니다. 운송 수단의 혁신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변화시키고 현재의 경제 시스템도 통째로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이 연구원은 새로움과 변화를 먼저 읽는 투자자라면 이와 관련될 수 있는 국내 상장사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언급합니다. 국내 유일의 진공펌프 업체인 엘오티베큠, 초전도 복합선재를 생산하는 고려제강 같은 회사들입니다. 자기부상열차 관련 종목들도 있습니다. 현대로템은 미국, 러시아 등에 자기부상열차 기술 수출을 추진하고 있고 포스코ICT는 자기부상열차 전력공급 시스템 구축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고속철도 엔진에 사용되는 고내열 권선 및 변압기를 제조하는 LS산전도 관련 종목으로 꼽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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