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Issue & Focus] 북한, 36년 만에 당대회 열었지만…대내외 여건 점점 악화

입력 2016-06-01 15:33   수정 2016-06-01 16:49

집권 5년차 김정은의 현주소

핵보유-경제 병진노선 유지
국제사회 대북제재 불러
경제·정치 고립화 가속될 듯



[ 박상익 기자 ] 북한은 지난달 6일부터 9일까지 조선노동당 제7차 당 대회를 열었다. 조선노동당이 국가를 이끄는 북한 체제 특성상 당 대회는 ‘최고 지도기구’다. 당 대회는 당의 노선과 정책을 결정하고 강령과 규약을 개정하며 중앙위원회 위원을 선출하는 역할을 한다. 5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제난과 정세 불안 등으로 1980년 제6차 대회 이후 36년 만에 당 대회를 열었다.

집권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어린 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번 당 대회에서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 보이겠다고 공언했다. 막상 당 대회가 끝나자 외부의 시선은 싸늘했다. 구체적인 발전 비전은 없고 핵에 의존하는 태도만 강조해서다. 일각에선 김정은 정권의 지난 4년을 돌아봐야 북한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야심 찬 계획을 내놨지만 내외적 여건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셀프 대관식’ 된 당 대회

窪ㅐ봉?2012년 노동당 제1서기, 당 중앙군사위원장,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오르며 각 부문을 장악했다. 집권 기반이 취약한 그는 기존 고위층 일부 세력을 숙청하고 군 장성의 계급 강등을 일삼으며 공포 정치를 했다. 이영호 군 총참모장을 비롯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숙청하고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했다. 북한 주민에게는 ‘애민(愛民) 지도자’ 이미지를 연출하며 대중연설, 주민 위락시설 방문 등 일반 노출을 통해 새로운 지도자상을 구축했다.

제7차 당 대회는 김정은의 유일 지도체계를 확립하는 ‘셀프 대관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당 제1비서에서 벗어나 ‘당 위원장’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만들었다. 더불어 비서국을 없애는 대신 정무국을 신설했다. 국방위원회 권한을 약화하고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한 것은 선대의 ‘선군정치’에서 벗어나 당 중심의 통치 체제를 확립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면 개방 대신 점진적 경제 개혁

김정은 정권은 정권 출범 직후부터 2002년 7·1 조치를 계승한 경제개혁 조치를 취했다. 정치적 통제는 강화하고 경제적으로는 부분적 시장주의 도입이라는 모순된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양새다. 농업 분야에선 생산 단위인 분조의 소규모화를 진행하고 농민이 담당하는 농지의 책임을 지는 ‘포전담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4년에는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라는 방식으로 지배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기업관리 시스템 개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경제개혁 조치가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괄목할 만한 생산성 증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립된 경제 체제를 취하고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시장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북한 내 공식적 시장은 200여곳이었지만 최근 400여곳으로 증가했다.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개인 판매대를 거래하며 사유권을 형성했고, 미용실 식당 등 자영업자들은 자본을 축적하고 있다. 계획경제가 실패해 현실적으로 주민에게 부를 나눠줄 수 없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국가기관에 수익 일부를 내는 대가로 위탁 운영권을 받는 사기업도 생겼다. 북한 주민 사이에 ‘돈주(전주)’로 불리는 부유층이 대부업, 무역대금 결제, 기업소 무역 허가권을 임차해 운영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2013년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한 이후 각지에 경제개발구를 지정해 경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지정하고 2014년 6개를 추가 지정하는 등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러나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로 외국 자본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을 꺼려 지지부진한 상태다.

비핵화 말장난…“핵 틀어쥐겠다”

북한은 2013년 핵 개발과 경제 건설을 한 번에 이루겠다는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했다. 핵무기 보유에 성공하면 국방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전쟁 억제력을 가질 수 있어 경제 발전에 힘쓸 수 있다는 논리다. 이번 당 대회 이후 개편된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선 현역 군인이 대거 빠졌다. 하지만 현재로선 군사비를 줄여 경제 발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북한은 원자폭탄, 수소폭탄, 인공위성 세 가嗤?합친 ‘양탄일성’을 국방력의 완성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병진노선’이 핵개발 완성을 위해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논리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핵 무장하면 재래식 무기 투자는 줄일 수 있다는 교리는 북한뿐만 아니라 과거 미국도 채택한 것”이라며 “북한이 핵 개발을 완성하면 주변 국가의 군사 대응을 부추겨 재래식 무기 확장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국제사회의 압박 또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또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 등에 대해 수차례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 정부 또한 최근 북한의 대화 요구에 “비핵화에 관한 진정한 태도 변화 없이는 대화도 없다”고 강조한 만큼 북한의 고립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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