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충전으로 350㎞ 주행
도요타 수소차는 충전시간 줄여
우버 등 차량공유 서비스 확산
소유 대신 빌려타는 시대 '성큼'
[ 임근호 기자 ] 미국 테슬라는 2017년 말 전기차 ‘모델3’를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3만5000달러(약 4100만원),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약 350㎞다. 대량 생산에 성공한다면 향후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1908년 출시돼 내연기관 자동차 보급을 극적으로 늘린 포드자동차의 ‘모델T’와 비교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자동차 업계의 변화에 대해 “진화(evolution)가 아니라 혁명(revolution)”이라고 표현했다. 엔진을 개선하고 디자인을 바꾸는 수준의 변화에서 벗어나 전기차, 자율주행차, 차량공유 등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꿀 새로운 자동차와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5~10년 동안 자동차 업계가 겪을 변화가 지난 50년간의 변화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수소차 주도권 경쟁
내연기관을 대체할 차세대 동력원을 놓고 업체 간 신경전이 거세다. 테슬라와 닛산, GM, BMW 등은 리튬이온 배터리 전기차를 밀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가장 흔한 2차전지다. 구하기 쉽고 기술이 성숙한 것이 장점이다. 배터리 가격도 지난 5년간 35% 하락했다. 2017년께 출시될 GM의 ‘볼트’와 닛산의 신형 ‘리프’는 테슬라 모델3와 마찬가지로 3만달러대 가격에 320㎞대 주행거리를 내세워 전기차 대중화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도요타와 혼다 등은 수소연료전기차(수소차)에 기대를 걸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가진 단점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무겁고 부피를 많이 차지한다. 테슬라의 SUV 전기차 ‘모델X’는 무게가 거의 3t에 가깝다. 그만큼 연비가 불리하다. 3~4년 운행 후 배터리를 교체할 때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수소차는 가볍고 충전시간이 짧고 주행거리도 길다. 다만 수소충전 인프라 확대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 걸림돌이다.
도요타는 2014년 선보인 수소차 ‘미라이’의 생산능력을 2017년까지 현재의 4배 이상인 연간 3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혼다도 지난 3월 ‘클라리티’를 출시했다. 클라리티는 1회 충전에 700㎞ 이상 달릴 수 있다. 크리스토퍼 리히터 CLSA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어느 한쪽이 승기를 잡기 전까지 배터리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기차 등을 놓고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자동차 소유 줄일 것”
전기차와 수소차가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라면 자율주행차는 업계의 생존과 직결된다.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차를 소유하지 않는 시대가 열릴 수 있어서다.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은 2040년까지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4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율주행차가 있으면 가구당 한 대 이상 차를 보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존슨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GM과 포드는 북미 지역 생산량을 각각 68%와 58%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와 차량공유 서비스를 결합한 무인택시도 자동차 판매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전망이다. 팀 로렌스 PA컨설팅 컨설턴트는 “젊은 세대는 차량 소유 대신 차량 공유를 선호한다”며 “자율주행 무인택시는 이런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시간대의 조사에 따르면 19세 미국인의 운전면허증 취득 비율은 2014년 69%로 1983년의 87%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공유 서비스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GM은 지난 1월 미국 차량공유 업체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이스라엘 차량공유 업체 겟에 3억달러를 투자했다. 도요타는 우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정보기술(IT) 업체로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인 구글도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구글 직원을 대상으로 무인택시 서비스를 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댄 닐 월스트리트저널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사용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하루의 5%에 불과하다”며 “25년 뒤에는 오직 취미로만 자동차를 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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